[테마기행] 더 늦기 전에 알래스카

경비행기를 타고 빙하 계곡을 둘러보기 위해서 삼삼오오 줄을 서서 대기

백송이 | 기사입력 2024/04/14 [09:40]

[테마기행] 더 늦기 전에 알래스카

경비행기를 타고 빙하 계곡을 둘러보기 위해서 삼삼오오 줄을 서서 대기

백송이 | 입력 : 2024/04/14 [09:40]

[이트레블뉴스=백송이 기자] 알래스카는 1867년에 미국이 윌리엄 슈워드 국무장관 재직 시,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720만 달러에 산 영토로 면적은 160만 제곱미터다. 알래스카 매입을 반대하는 여론이 많았다. 알래스카에는 석유 철 금 구리 등 지하자원과 침엽수림의 목재 석탄 천연가스 등이 풍부해서 그 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알래스카는 미국에서 면적이 가장 큰 주이며 2차 대전 중에는 일본의 적대적 활동 때문에 방어시설이 설치되기도 했다에스키모족 등 원주민은 전 알래스카 인구의 17% 정도이다. 인구가 너무 적어서 한동안 미 정부는 알래스카 이주민들에게 많은 정착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렇게 알래스카에 정착한 한국 사람들도 더러 있다고 들었다.

 

 

경비행기를 타고 빙하 계곡을 둘러보기 위해서 삼삼오오 줄을 서서 대기하였다. 그중에는 연로하신 여자 두 분도 동행했다. 조종사가 나를 지정하여 오늘 비행의 부조종사라고 하며 앞자리에 앉게 했다. 남편은 연로하신 두 분을 부축하여 뒷좌석에 앉았다. 나는 조종사의 지시에 따라 버튼도 누르고 작은 스틱도 당기며 미력하나마 조력을 했다. 산과 빙하 계곡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다니며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하얀 설산과 끝없이 펼쳐지는 반짝이는 빙산은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뒷좌석의 한 분이 8년 전에도 왔었는데, 그때보다 얼음 언덕이 아주 작아졌다고 말했다. 이미 사오십 년 전 지구 온난화는 진행 중이었는데, 우리는 심각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비행기가 빙하언덕에 잠시 착륙했을 때, 남편이 배낭에서 위스키를 꺼내서 작은 빙하얼음 한쪽을 띄운 다음, 일행과 홀짝홀짝 음미하였다. 짜르르하게 혀 밑에 감도는 위스키의 강렬함이 마치 빙하를 보는 황홀감에 견줄만했다.

 

 

황금에 눈이 멀어서...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 우리는 사금광산에 도착했다. 광산의 직원이 한 사람당 하나씩 작은 모래주머니를 나누어 주었다. 우리는 수돗가로 흩어져서 주머니의 모래를 아주 얕은 대야에 담았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받아서 마치 옛날에 쌀을 일어서 돌을 찾듯이, 모래를 일어서 작은 사금 조각들을 찾았다. 모두 금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가벼운 모래들은 물에 쓸려나가고 작은 대야에 가라앉은 사금이 소량 모였다.

 

우리는 여러 번의 물질 후에 남은 소중한 사금을 가지고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사금을 담을 아주 작고 예쁜 용기와 금줄을 사서 다들 나만의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고 즐거워했다. 황금에 눈이 어두워서 열심히 물질하던 사람들의 열기가 비 맞은 추위도 잊게 했다. 결국은 입장료에 포함된 모래주머니보다 목걸이 줄 구매에 훨씬 많은 돈을 지불했음에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목걸이는 그해 겨울 딸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다.

 

 

투명한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빙산.

알래스카에 왔으니 개들이 끄는 썰매를 타고 설원을 신나게 달려 보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조금은 마음이 끌렸으나 개들을 보니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썰매를 탈 생각이 없어졌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는데, 우리가 썰매를 탄다고 개들에게 더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상술에 이용되는 개들에게 연민을 느꼈다.

 

우리는 배를 타고 바다에 떠 있는 빙하를 보러 갔다. 빙산이 녹아서 흐르는 강물은 석회성분이 높아서 뿌옇게 보였고 물살은 제법 빨랐다. 공기가 차서 몸을 움츠리고 옷깃을 여미었다. 파이어 플라워라 불리는 핑크색 잔잔한 꽃들이 드문드문 강가에 피어 있어서 황량함이 조금 덜했다. 배가 점점 더 넓고 깊은 바다로 진입하는 중 바삐 움직이는 수달 무리를 만났다. 귀여운 모습의 수달들은 고기를 잡기 위해 자맥질하며 애교를 떨어서 우리 일행을 즐겁게 했다 나는 연신 셔터를 눌렀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수달들과, 달리는 배의 속도 때문에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배는 서서히 빙산 가까이 다가갔다. 투명하다 못해 푸른 빛이 도는 빙산은 신비하고 아름다웠다. 마치 큰 보석 덩어리 같은 빙산을 보느라 반쯤 넋을 놓고 있는데 갑자기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크고 청아한 소리였는데 빙산 일부분이 녹아 바다에 떨어지며 내는 울림이다. 지금도 그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연어들의 비상.

이튿날 우리는 인디언 마을을 돌아본 후에 연어들의 비상을 보기 위해서 작은 마을의 계곡으로 갔다. 경사가 심하고 물줄기는 제법 세게 흘러내렸는데, 수많은 연어가 물줄기를 거슬러서 올라가고 있었다. 허들 경기를 하듯 장애물을 넘어가는 연어들은 마치 묘기 대행진을 하는듯했다.

 

연어들은 있는 힘을 다해 강 상류로 비상하고 있었다. 더러는 실패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 상류로 올라갔다. 연어들의 비상이 신기하여 열심히 셔터를 눌렀으나, 연어들이 셔터 속도보다 빨랐다. 연어들은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다시 돌아와 알을 낳는 모천회귀(母川回歸) 본능을 갖고 있다.

 

우리가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과 같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노을이 붉게 물들어서 아름다움을 더했다. 물든 강가를 배경으로 연어를 낚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알래스카의 빙산이 오래도록 지구를 지켜주기를 기도한다.

인천 중구 공항로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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