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도심속 아름다운 한옥 명소 ④

문인들의 사랑방에서 찻집으로, 수연산방

이성훈 | 기사입력 2026/05/11 [03:26]

쉼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도심속 아름다운 한옥 명소 ④

문인들의 사랑방에서 찻집으로, 수연산방

이성훈 | 입력 : 2026/05/11 [03:26]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서울 성북동의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낡은 돌담 너머로 시간이 비껴간 듯한 단아한 한옥 수연산방을 마주하게 된다. 한국 단편 소설의 선구자로 불리는 상허 이태준이 1933년 직접 설계하고 지은 이 집은 문인이 모이는 산속의 집이라는 뜻을 담아 수연산방이라는 당호를 붙였다. 이곳은 사랑채와 안채를 한 건물에 집약한 개량 한옥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전통 한옥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공간 기능을 현대적으로 재편한 점이 눈길을 끈다.

 

▲ 수연산방 기품이 느껴지는 외관 _ 서울관광재단

 

가옥 전체에 격조를 더해주는 백미는 안방 앞에 자리한 누마루다. 섬세하고 화려하게 건축된 누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정원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답다. 마당에 심은 나무와 꽃들은 가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간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에서 묻어나는 한옥 특유의 아늑함 덕분인지 과거 정지용과 이상 등 당대 최고의 문인들이 이곳에 모여 문학과 삶을 논하며 밤을 지새웠다. 집주인 이태준 역시 이곳에 머물며 수많은 문학 작품을 집필했다.

 

▲ 수연산방 봄볕드는 툇마루 좌석

 

현재 수연산방은 전통 차를 맛볼 수 있는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댓돌 위에 신발을 벗어두고 방으로 들어서면 옛 문인의 서재에 초대받은 듯한 특별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은은하게 번지는 나무 향과 창가로 스며드는 봄볕은 일상에 지친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영화 하녀와 드라마 부부의 세계, 예능 놀면 뭐하니 등 다양한 콘텐츠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한옥의 정취를 직접 경험하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수연산방 누마루의 내부 모습

 

성북동 산책길에서 수연산방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최순우 옛집이다. 한국 미학의 정수를 담은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최순우가 살던 이곳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선생의 안목과 자취가 구석구석 서려 있다. 1930년대 지어진 이 한옥은 사랑방과 안방, 대청이 ㄱ자 형태로 이어지고 행랑채가 맞물려 정겨운 ㅁ자형 구조를 이룬다.

 

▲ 최순우옛집 뒷뜰 풍경

 

최순우 옛집은 화려한 장식보다는 단정한 선과 나무 본연의 질감을 살린 건축미가 돋보인다. 정갈한 분위기가 흐르는 마당에는 소나무와 산사나무, 모란 등 우리 땅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숙한 식물들이 심겨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성북동 한옥 거리를 걷다 보면 수연산방의 문학적 향기와 최순우 옛집의 단아한 미학이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긴다.

서울 성북구 성북로26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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