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서울 성북동의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낡은 돌담 너머로 시간이 비껴간 듯한 단아한 한옥 수연산방을 마주하게 된다. 한국 단편 소설의 선구자로 불리는 상허 이태준이 1933년 직접 설계하고 지은 이 집은 문인이 모이는 산속의 집이라는 뜻을 담아 수연산방이라는 당호를 붙였다. 이곳은 사랑채와 안채를 한 건물에 집약한 개량 한옥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전통 한옥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공간 기능을 현대적으로 재편한 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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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연산방 기품이 느껴지는 외관 _ 서울관광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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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옥 전체에 격조를 더해주는 백미는 안방 앞에 자리한 누마루다. 섬세하고 화려하게 건축된 누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정원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답다. 마당에 심은 나무와 꽃들은 가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간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에서 묻어나는 한옥 특유의 아늑함 덕분인지 과거 정지용과 이상 등 당대 최고의 문인들이 이곳에 모여 문학과 삶을 논하며 밤을 지새웠다. 집주인 이태준 역시 이곳에 머물며 수많은 문학 작품을 집필했다.
현재 수연산방은 전통 차를 맛볼 수 있는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댓돌 위에 신발을 벗어두고 방으로 들어서면 옛 문인의 서재에 초대받은 듯한 특별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은은하게 번지는 나무 향과 창가로 스며드는 봄볕은 일상에 지친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영화 하녀와 드라마 부부의 세계, 예능 놀면 뭐하니 등 다양한 콘텐츠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한옥의 정취를 직접 경험하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북동 산책길에서 수연산방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최순우 옛집이다. 한국 미학의 정수를 담은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최순우가 살던 이곳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선생의 안목과 자취가 구석구석 서려 있다. 1930년대 지어진 이 한옥은 사랑방과 안방, 대청이 ㄱ자 형태로 이어지고 행랑채가 맞물려 정겨운 ㅁ자형 구조를 이룬다.
최순우 옛집은 화려한 장식보다는 단정한 선과 나무 본연의 질감을 살린 건축미가 돋보인다. 정갈한 분위기가 흐르는 마당에는 소나무와 산사나무, 모란 등 우리 땅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숙한 식물들이 심겨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성북동 한옥 거리를 걷다 보면 수연산방의 문학적 향기와 최순우 옛집의 단아한 미학이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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