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록 제5시집 '괜찮아', 삶을 어루만지는 말과 일상의 언어로 건네는 삶의 위로

88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담은 이 시집은, 제목이 보여주듯 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이정인 | 기사입력 2026/05/14 [02:17]

민병록 제5시집 '괜찮아', 삶을 어루만지는 말과 일상의 언어로 건네는 삶의 위로

88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담은 이 시집은, 제목이 보여주듯 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이정인 | 입력 : 2026/05/14 [02:17]

[이트레블뉴스=이정인 기자] 효산(曉山) 민병록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괜찮아'가 지난 3월, 출간되었다. 88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담은 이 시집은, 제목이 보여주듯 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위로의 언어로 가득하다.

 

▲ 괜찮아 시집 표지

 

시인은 먼저 시인의 말 에서 자신의 시작(詩作) 철학을 솔직하게 밝힌다.

"추상적인 언어의 미학보다는 독자들이 쉽게 피부로 느끼고 한 번쯤 생을 뒤돌아볼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이 고백은 빈말이 아니다. 시집 전체가 그 약속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고도로 응축된 이미지나 난해한 상징 대신, 민병록의 시는 우리 곁 어디에나 있는 일상의 언어로 말을 건넨다. 강변 카페의 커피 한 잔(커피를 본다), 아내가 선물한 파란 손수건(파란 손수건), 손녀와 함께 찾아 헤맨 네잎클로버(소녀와 네잎클로버) 이런 소소한 장면들이 시의 출발점이 된다.

 

제목시 '괜찮아' 가 전하는 위로, 시집의 표제작 '괜찮아' 는 이 시집 전체의 정서를 집약한다.

"오늘 꼭 할 일 못했다고 속상해하지 마 / '괜찮아' / 잊지만 않는다면 / 내일이 너를 기다려 줄 거야"

 

어쩌면 이 말은 너무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시인이 거듭 '괜찮아'를 되풀이하는 방식은 설교가 아니라 곁에 앉은 사람의 중얼거림처럼 들린다.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 가난으로 추위에 떠는 사람, 고통 앞에 원망하는 사람, 저마다의 상처 앞에 시인은 같은 말을 건넨다. '괜찮아'. 그 반복이 주문처럼 마음을 다독인다.

 

인생의 항해와 사랑

1부의 표제시  그대 마음 속을 항해하리 는 시집에서 가장 서사적인 호흡을 가진 시다. 외항선 선장으로 망망대해를 누비며 살아온 인생을 배경으로, 파도보다 무서웠던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틈새였음을 고백한다. "크나큰 배도 키 하나로 마음대로 움직인 나였는데 / 그대 작은 마음을 잡을 키는 / 어디에 있을까." 거친 바다는 다스릴 수 있어도 사랑하는 이의 마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 되는 인간의 진실이 담겨 있다. 그 해법도 남다르다. 이기려 하지 않고 "한 잎 낙엽처럼 내가 먼저 나를 버리고서" 그대 마음에 맡기기로 한다는 것.

 

어머니와 자연 - 가장 오래된 그리움

2부와 4부에 흩어진 어머니를 소재로 한 시들은 시집의 가장 서정적인 부분을 이룬다.  어머니 연가 에서 "차가운 손 호호 불며 / 장독대에 쌓인 눈을 치우고 / 아들이 좋아하는 동치미를 꺼내주시던 / 우리 어머니 손길"은 먼 기억이지만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어머니의 팥칼국수  역시 제목만으로도 뭉클하다. 화려한 수식 없이 어머니의 구체적인 몸짓을 담아내는 것, 이것이 민병록 시의 미덕이다.

 

자연에 대한 시선도 따뜻하다. 

매화꽃, 들꽃 향기, 질경이 사랑, 주산지 왕버들 등에서 시인은 자연의 사물들 속에 인생의 이치와 인연의 무게를 겹쳐 놓는다. 꽃이 피고 지는 것, 바람이 지나가는 것이 모두 삶의 비유가 된다.

 

일상 철학의 소박한 깊이

시 슬픔이여 는 "슬픔이 오거든 그저 슬퍼하라"고 말한다. 감추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슬픔을 품으라고. 이 단순한 권유 안에 묵직한 울림이 있다.  오늘 은 "내가 살아온 마지막 날이 오늘입니다"라는 선언으로 현재를 붙드는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고, 해설자 김호운은 이를 니체의 '아모르파티'와 연결 지어 읽는다. 고급한 철학 언어 없이도 시인은 같은 진리에 도달해 있다.

 

▲ 효산(曉山) 민병록 시인

 

마치며...

민병록의 '괜찮아'는 문학적 실험이나 언어의 전위성을 추구하는 시집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편을 선택한 시집이다. 쉽고 친근한 말로 삶의 희로애락을 정직하게 담아내는 것, 읽는 이의 마음속에 조용히 한 줄이라도 남기는 것, 시인 스스로 밝힌 이 소망이 시집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삶이 버겁고 마음이 지쳐 있을 때, 이 시집을 펼치면 어디선가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괜찮아'.

서울 관악구 난곡로66가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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