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 앞에서, 삶은 다시 선물이 되었다천지로 향하는 서파의 긴 계단 1442 앞에서 감사를 배우다[이트레블뉴스=이정인 기자] 백두산 천지 앞에서, 삶은 다시 선물이 되었다. 유난히 분주했던 4월과 5월을 보냈다. 하루하루가 해야 할 일들로 빼곡했고, 마음은 늘 다음 일정과 다음 책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몸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마음은 제대로 쉬지 못했다. 웃고 있어도 깊은 곳에서는 조용한 쉼표 하나가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 시간 끝에 어느 날, 느닷없이 백두산 여행 일정이 찾아왔다.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기다리던 여행이라기보다, 바쁘게 달려온 시간 사이로 삶이 조용히 건네준 멈춤의 자리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백두산 여행은 처음부터 내게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하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떠나기 전 분주했던 시간을 보내느라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이 앞섰다. 긴 여정을 잘 견딜 수 있을지, 백두산까지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지 또한 함께하는 여행의 동반자들에게 민폐가 되지는 않을지 마음 한편이 조심스러웠다.
배를 타고 장거리를 가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었는데 선상에서 마주하는 노을의 아름다움은 참으로 운치가 있었다.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바다의 한가운데서 만나는 노을의 빛은 참으로 오묘했고 또한 선상에서 노을을 뒤로하고 나누는 대화 또한 맛이 달랐다. 그렇게 노을을 보내며 맞이한 밤의 바다는 많은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새로운 날을 선상에서 맞이하며 마시는 커피의 맛은 새삼스러울 만큼이나 맛이 있었다.
그렇게 열일곱 시간을 바다를 건너 만나게 된 백두산의 자연은 마치 하나님께서 커다란 화폭을 펼쳐 놓으신 것처럼 광활했다. 산과 숲, 바람과 하늘, 멀리 이어지는 푸른 능선들은 인간의 언어로 다 담을 수 없는 크기와 깊이를 품고 있었다. 그 앞에 서면 사람은 저절로 작아진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작아지는 만큼 마음은 더 넓어진다.
길은 순조로웠고, 음식은 맛있었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임에도 우리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서로 조심스럽던 마음들이 어느 순간 편안한 대화와 웃음으로 풀어졌다. 몸과 마음을 짓누르던 걱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여행이 주는 설렘과 기쁨이 그 자리를 채워 주었다.
백두산 천지로 향하기 전, 가이드는 1,442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시 마음 한편이 흔들렸다.
‘내가 과연 오를 수 있을까.’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터라 계단의 숫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몸이 넘어야 할 현실이었고, 내 마음이 통과해야 할 두려움이었다. 그런데 첫발을 내딛기 전, 문득 자연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이토록 귀한 자연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사람을 품어 온 백두산 앞에서, 인간인 나는 한없이 작고 겸손해졌다. 이 장엄한 자연과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웠다. 내가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 이 길 위에 초대되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우연만은 아닌 듯했다.
나는 다시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이 귀한 인연이 내게 찾아온 까닭과, 이 특별한 초대에 담긴 의미를 깨달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을 올랐다. 계단마다 감사의 마음을 놓고, 기쁨의 마음을 보탰다. 오르기 전에는 몸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상하게도 걸음을 옮길수록 힘겨움보다 기쁨이 커졌다.
다리가 무거워질 때마다 “감사합니다”를 되뇌었고, 숨이 차오를 때마다 내가 지금 이 귀한 자연의 품 안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자 몸의 힘듦조차도 기쁨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 1,442개의 계단은 단순히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길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사와 경외의 마음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순례의 길이었다. 몸은 분명 계단을 오르고 있었지만, 마음은 오래 묵은 두려움과 걱정을 내려놓고 있었다.
때로 사람은 먼 곳에 가서야 자신이 얼마나 많은 염려를 안고 살아왔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자연은 아무 말 없이 그 무게를 받아 준다. 백두산의 계단을 오르는 동안 나는 몸의 한계를 생각하기보다 마음의 방향을 생각했다.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가. 무엇을 붙들고 살아왔는가. 나는 왜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가. 그 질문들이 발걸음 사이사이에서 조용히 올라왔다.
그리고 마침내 구름 사이로 천지가 열리는 순간, 나는 내 작은 언어로 그 기쁨을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하늘의 문이 조용히 열리는 것만 같았다. 천지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깊은 침묵이었고, 오래된 생명이었고, 인간의 마음을 단번에 숙연하게 만드는 거대한 거울이었다.
더욱 감사한 것은 우리에게 천지를 연이틀 두 번이나 바라보는 큰 행운이 찾아왔다는 사실이다. 한 번 만나기도 어렵다는 천지를 이틀 연속 마주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은혜처럼 느껴졌다. 첫날의 천지가 놀라움이었다면, 둘째 날의 천지는 더 깊은 응답처럼 다가왔다.
자연은 같은 듯했지만, 바라보는 내 마음은 달라져 있었다. 처음에는 눈으로 천지를 보았고, 두 번째는 마음으로 천지를 만났다. 그 장엄하고 깊은 풍경 앞에 서자 저절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기도가 흘러나왔다.
대한민국의 평안과 안정을 빌었다. 이 땅이 흔들리지 않기를,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 더 안전하고 따뜻한 세상 안에 머물 수 있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떠올렸다. 하나하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렀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저마다의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잘 걸어가기를 바랐다.
엄마의 마음은 늘 그렇다.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면 자식에게 보여 주고 싶고, 가장 귀한 기운을 만나면 자식에게 전해 주고 싶어진다. 아이들에게도 천지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러나 통신망이 원활하지 않아 그 순간을 함께 나누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대신 영상 속에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그 이름들을 부르는 동안, 내 목소리에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기도가 담겼다.
“이 아름답고 귀한 기운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닿기를.” 나는 믿고 싶다. 엄마의 간절한 기도는 때로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흘러간다고. 천지의 깊고 맑은 물결을 따라, 바람과 빛을 따라, 내 아이들에게 닿았으리라고 믿는다. 기도는 언제나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지만, 가장 먼 곳까지 닿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여행은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일이지만, 때로는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자연뿐 아니라 사람을 보았다. 함께 웃는 사람들, 서로의 걸음을 살피는 사람들, 사소한 불편을 먼저 알아차려 주는 사람들 속에서 여행의 진짜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특히 사랑하는 친구 부부가 함께 웃는 모습이 참 좋았다. 오래 시간을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게서만 느껴지는 편안함이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눈빛, 작은 농담에도 함께 웃는 호흡, 그 모든 것이 백두산의 푸른 풍경만큼 따뜻했다. 부부의 시간은 화려한 말보다 그런 작은 표정과 웃음 속에 더 깊이 새겨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랜 친구 덕희의 모습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덕희는 여행 내내 풍경과 사람들을 사진에 담았다. 처음에는 그저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지켜볼수록 덕희에게 사진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것을 오래 바라보고, 자연의 모습을 마음에 간직하고, 지나가는 삶의 한순간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마음. 덕희의 사진 속에는 그런 애정이 있었다. 누군가는 글로 기억하고, 누군가는 기도로 기억하며, 누군가는 사진으로 시간을 붙잡는다. 덕희는 카메라를 통해 우리가 함께한 순간들을 더 오래 살아 있게 해 주었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이동권 교장님 가족 네 분의 가족애도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서로를 챙기는 모습은 거창하지 않았지만 진심이 있었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살피고, 편안한 웃음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에서 따뜻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가족은 큰 말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작은 행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돌아보고, 불편한 사람이 없는지 살피며, 함께하는 시간을 편안하게 만드는 모습은 백두산의 장엄함과는 또 다른 깊이로 마음을 울렸다.
결국 이번 여행은 백두산을 다녀온 기록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겸손해질 수 있는지, 기도가 어떻게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지, 동행이 어떻게 여행을 더 깊게 만드는지를 알게 한 시간이었다.
2026년, 삶이 뜻하지 않게 건네준 이 아름다운 여행은 내게 또 하나의 선물이 되었다. 계획하지 못했기에 더 귀했고, 몸이 염려되었기에 더 감사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했기에 더 따뜻했다.
백두산의 온통 푸른 자연과 천지의 깊고 맑은 빛, 1,442계단을 오르며 마음속에 새긴 감사와 기도, 길 위에 가득했던 웃음과 따뜻한 가족애, 그리고 친구들과 나누었던 다정한 순간들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천지를 두 번이나 마주한 행운보다 더 감사한 것은, 그 벅찬 순간을 함께 바라볼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름다운 풍경은 눈에 남지만, 함께한 사람의 온기는 마음에 남는다. 눈에 남은 풍경은 언젠가 흐려질 수 있어도, 마음에 남은 온기는 오래도록 삶을 데운다.
뜻하지 않게 찾아왔지만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여행. 힘겨움보다 감사가 컸고, 걱정보다 기쁨이 깊었던 시간. 내 작은 생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다시 겸손해지고, 다시 기도하고, 다시 사랑을 배운 시간. 백두산 천지 앞에서, 삶은 그렇게 다시 선물이 되었다.
이번 여정이 더욱 편안하고 따뜻하게 남을 수 있었던 데에는 다솜여행사의 세심한 진행도 큰 몫을 했다. 낯선 길 위에서도 일정은 순조로웠고, 여행자들이 백두산의 자연과 천지의 감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점이 감사했다.
<저작권자 ⓒ 이트레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백두산, 북파, 서파, 중국, 단둥, 해외여행 관련기사목록
|
인기기사
여행이야기_Story Tour 많이 본 기사
|
매체소개 ㅣ 신문윤리강령 ㅣ 청소년보호정책 ㅣ 개인정보취급방침 ㅣ 이용약관 ㅣ 고객센타 ㅣ 정정·반론보도 ㅣ 기사제보 ㅣ 보도자료 ㅣ 기사검색
신문자유와 기능보장 관한 법률제12조1항 및 동법 시행령제4조 규정에의거 정기간행물 전북,아00007호 2006년1월6일 등록
발행인 조세운, 편집인 박동식 | 개인정보관리 및 청소년보호관리 책임자 박소영 | 통신판매신고 2004-49호 | 저권등록번호 C-001805호
본사.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백제대로 409.2층 / 070-8895-3850 | 지사.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62길21 신광빌딩 6층 / 070-8895-3853
이트레블뉴스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과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받아 무단전재와 복사, 배포등을 금지하며,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Copyright ⓒ2006-2026 이트레블뉴스_E-TRAVELNEWS I DAS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for more information
"열린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