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엠파이어 호텔은 한적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침 식사 전에 주변을 산책하기 위해 가볍게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쾌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호텔전경. 사실 엠파이어 호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최고의 산책로를 보유하고 있는 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호텔 안을 걷고 있으면 커다란 정원을 걷는 느낌이 난다.
▲ 바쁘게 움직이는 엠파이어의 직원들 © 김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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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하고 깨끗한 느낌의 호텛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호텔의 직원들. 아침 산책을 하다 보니 항상 쾌적하고 깨끗한 호텔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엠파이어 호텔에서 편했던 것 중 하나는 호텔의 직원들이 영어가 유창하다는 것이다.
멀티어댑터를 구할 때나 방의 전기가 갑자기 나가서 로비로 찾아갔는데, 우리가 몇 마디 하면 빠르게 자신이 알아듣고 간략하게 설명한 후 업무를 처리해주었다.
호텔의 곳곳에서는 버기를 부르는 전화기가 놓여있다. 넓디 넓은 호텔을 계속 걸어 다닐 수는 없는 일. 전화기를 통해 부르면 언제든지 버기가 달려오기 때문에, 부담 없이 멀리까지 산책을 나갈 수 있다.
▲ 마린센터에서는 다양한 수상스포츠가 가능 ©김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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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여유롭게 거닐다가 찾아간 곳은 해양스포츠를 할 수 있는 마린센터. 이곳은 웨스트윙 앞 쪽에 있는 키즈 풀 옆에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해양스포츠에 관한 안내가 없었다. 처음에는 장소를 잘못 찾았나 했지만 마린센터라는 표지판이 있는 곳을 지나서 언덕을 내려가면 다양한 수상스포츠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제트스키를 탔는데, 다른 배들을 거의 볼 수 없는 텅빈 바다를 달리는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스릴이 있었다.
해양스포츠를 즐긴 후에는 점심을 먹기 위해 버기를 타고 중국식 레스토랑 '리공'으로 갔다.
이곳에서는 광동요리를 위주로 다양하게 중국의 지방요리를 맛볼 수 있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부페식으로 운영되고, 목요일에는 전골요리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리공의 내부는 붉은 색의 등과 테이블로 통일성을 주어서 중국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이 곳도 다른 식당들 처럼 사람들이 별로 없는 편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딤섬과 함께 닭요리와 소고기 요리를 주문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인지, 브루나이의 소고기 요리는 훌륭한 편이다. 물론 리공의 소고기 요리도 꽤나 맛있었다.
[tip] 주문을 할 때 쟈스민 차를 마시겠냐고 물어보는데, 브루나이 달러로 일인당 1불이다. 쟈스민 차는 식사시간 동안 필요한 만큼 계속 리필해 주는데, 적은 부담으로 음식의 맛을 높일 수 있다.
점심 식사를 끝마친 다음에는 다시 물에서 놀기 위해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풀로 나갔다. 엠파이어 호텔에는 많은 수영장들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주로 메인풀만을 이용한다. 이 날은 해수풀을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아무도 없는 풀에서 마음껏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밤이 찾아오면 호텔의 실내도 낮과는 다른 풍경이 된다. 늦은 밤이 되자 항상 사람이 북적이던 아트리움 까페가 비어있는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산책을 겸해서 호텔 안을 이리저리 돌아본 후 우리는 방으로 돌아왔다.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 였다.
미리 준비한 와인이 있다면 룸 서비스로 전화를 해서 오프너와 와인잔을 부탁하면 된다. 직원이 방으로 오프너를 가져와 열어주는데, 바닥에 주저앉아 진땀을 흘리며 코르크 마개를 뽑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금주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다른 나라들처럼 많지 않아서 일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준비된 것들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풀벌레 소리만이 들리는 베란다에 앉아 와인을 마시는 느낌이 브루나이의 밤 풍경을 더욱 인상 깊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tip] 미리 준비한 술을 식당으로 가지고 내려가서도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단, 그럴 때는 술병을 테이블 옆에 내려놓고 마셔야 한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 여행 다섯째날 이야기는 여기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