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애환이 깃든, 의정부 부대찌개

미군 부대에서 나왔다 하여 부대고기라 불렀는데 이것으로

박소영 | 기사입력 2013/02/17 [12:18]

삶의 애환이 깃든, 의정부 부대찌개

미군 부대에서 나왔다 하여 부대고기라 불렀는데 이것으로

박소영 | 입력 : 2013/02/17 [12:18]

한국전쟁 직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에 김치와 채소, 고추장 양념을 넣고 끓인 부대찌개. 육수를 넉넉히 부어 푸짐하고 얼큰한 부대찌개는 서민들의 허기를 채워준 최고의 음식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햄과 소시지를 미군 부대에서 나왔다 하여 부대고기라 불렀는데, 이것으로 끓였으니 자연스럽게 부대찌개가 되었다.

▲ 부대찌개식당의 상차림 


김치찌개와 분명히 다른 풍미는 부대고기에서 나오지만, 김치와 고추장 양념이 훌륭한 조합이 되어 한국인의 입에 딱 맞는 새로운 맛이 탄생했다. 전국 어디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외식 메뉴지만, 유독 의정부가 부대찌개로 이름난 것은 미군 부대가 밀집한 의정부에서 부대찌개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식 명칭도 의정부 부대찌개다.

▲ 의정부부대찌개거리    


의정부경전철 의정부중앙역에 내리면 부대찌개거리로 이어진다. 100m 남짓한 거리를 중심으로 부대찌개 식당 10여 곳이 모여 있다. 모두 20~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원조 부대찌개의 맛을 찾아 외지에서 온 사람들로 늘 붐빈다.

▲ 각기 다른 손맛을 자랑하는 부대찌개식당의 사장님   


거리 초입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허기숙 할머니는 50년 전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며 부대찌개의 탄생 과정을 설명해주신다. 미군 부대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어묵(오뎅)을 팔았어요. 어느 날 누가 부대고기를 주면서 이걸로 반찬 좀 해달라고 하더라구. 그래서 찌개를 끓여줬지.

▲ 끓기 전의 부대찌개   


전국에 수많은 부대찌개집이 있지만, 의정부 부대찌개거리에 와야 맛볼 수 있는 세월의 맛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시어머니가 하던 식당을 물려받아 며느리의 손맛을 더한 집, 자식들 공부시키려고 시작해 이제는 손녀의 대학 등록금 버는 재미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집까지 사연도 다양하다.

▲ 끓고 있는 부대찌개  


부대찌개의 맛도 조금씩 다르다. 햄과 소시지, 다진 쇠고기를 기본으로 묵은 김치와 채소, 두부와 당면이 들어가는데 고추장 양념을 어떻게 만드는지, 육수를 낼 때 어떤 재료를 쓰는지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 부대찌개의 꽃, 햄과 쏘시지    


김치도 국물 맛을 좌우한다. 대다수 식당은 직접 담가 1년 정도 숙성시킨 묵은지를 사용한다. 어떤 집은 국물이 걸쭉하면서 진하고 어떤 집은 칼칼하면서 담백한 맛을 내는데, 그 미묘한 차이가 단골손님을 만드는 결정적 요소다. 조리 과정이 특별하지는 않다. 각종 재료들이 담긴 커다란 냄비를 테이블에 놓인 버너에 올리고, 끓기 시작하면 잠시 기다렸다가 먹으면 된다.

▲ 부대찌개의 라면 사리  


취향에 따라 사리를 넣는 것이 부대찌개 먹는 재미다. 햄과 소시지를 추가할 수도 있고, 라면이나 당면 혹은 떡을 추가할 수도 있다. 치즈를 넣어 먹기도 한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에서 햄과 소시지, 당면 등을 골라 먹고 걸쭉한 국물까지 밥에 얹어 먹으면 영하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무색하게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맺힌다.

▲ 손님상으로 나가기를 기다리는 냄비들   


반찬은 김치와 콩나물, 깍두기 등 식당마다 비슷한데, 빠지지 않고 내는 것이 짠지다. 동치미와 담그는 방법부터 다른 물김치로,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주로 먹는 음식이다. 무와 소금을 버무려 1년 정도 숙성시킨 뒤 물을 섞어서 먹는 짠지는 부대찌개 국물로 얼얼해진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는 일등 공신이다.

▲ 의정부부대찌개거리    


부대찌개거리에서 우리 집이 제일 맛있다고 얘기는 못 하지만, 의정부 부대찌개 맛은 다른 어디에서도 절대 흉내 낼 수가 없지요. 부대찌개거리에 깃든 세월과 자부심이 엿보이는 식당 사장님의 말씀이다. 찌개 한 그릇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고 기다리는 수고로움까지 감수해야 하느냐고 말하지 말자. 푸짐한 찌개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면, 가난하던 시절 찌개 한 그릇 앞에 놓고 느낀 행복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의정부제일시장 내부 전경     


부대찌개를 먹었으면 의정부제일시장에 가보자. 경기 북부에서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이곳은 한국전쟁 직후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으며, 미군 부대에서 나온 물자들도 거래되었다. 부대찌개의 재료가 되는 부대고기도 이 시장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지금도 수입품 상점에서 부대고기를 살 수 있다. 400여 개 일반 상점과 200여 개 좌판 상점이 아케이드에 있어 쾌적하게 눈요기하며 쇼핑할 수 있다. 주차장이 넓은 것도 장점이다.

▲ 다양한 먹을거리가 모인 제일시장 먹자골목   


시장 구경을 마치고 나오면 행복로로 이어진다. 다양한 패션 상점들이 모인 600m 남짓한 거리로, 커다란 조각상과 조경수로 꾸며져서 길게 이어진 공원을 걷는 느낌이다. 해 질 무렵이면 조명 시설이 불을 밝혀 낭만 가득한 거리로 변신한다. 태조 이성계상에는 의정부라는 도시의 이름이 명명된 유래가 새겨져 있다.

▲ 태조 이성계 동상에서 시작되는 행복로 


부대찌개거리를 찾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정부경전철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하철 1호선 회룡역에서 내리면 의정부 시내를 관통하는 경전철을 탈 수 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객이라면 첫 번째 칸에 타보자. 탁 트인 앞 유리창을 통해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경전철을 만나며 놀이공원의 모노레일을 타는 듯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 의정부시내를 오가는 경전철     


최근에는 7개 코스로 조성된 소풍길이 생겼다. 의정부시를 에워싸는 원도봉산, 사패산, 수락산 등을 연결한 도보 여행 코스다. 그중 1코스 명상의 길은 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에서 출발해 의정부시청까지 연결되는 코스로, 부대찌개거리와 연결해 걷기 좋다.

▲ 의정부의 걷기여행코스-소풍길    


○ 당일 여행 코스
가족여행코스 : 회룡역 경전철 타기→부대찌개거리→의정부제일시장→행복로→의정부 실내빙상장
걷기여행코스 : 소풍길 1코스 명상의 길(망월사역~의정부시청)걷기→부대찌개거리→의정부제일시장→행복로

○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회룡역에서 경전철 타기→부대찌개거리→의정부제일시장→행복로→의정부 실내빙상장
둘째 날 : 소풍길 1코스 명상의 길(의정부시청~망월사역) 걷기→서계박세당사랑채→노강서원

○ 관련 웹사이트 
- 의정부 문화관광
http://culture.ui4u.net
- 의정부제일시장 번영회 http://cafe.daum.net/jailmarket

○ 문의 
 - 의정부시청 문화관광체육과 031-828-2691~3
 - 의정부제일시장 번영회 031-846-2617
 - 원도봉탐방지원센터 031-873-3742

○ 잠자리
 - S모텔 : 시민로122번길, 031-826-2077 (굿스테이)
 - 렉스턴호텔 : 신흥로232번길, 031-876-2451
 - 나이스호텔 : 신흥로240번길, 031-874-3868,
www.nicehotel.co.kr
 - 호텔 파스텔 : 호국로 1336번길 36, 031-848-5777
 - 제이비스호텔 :청사로 6번길 19-7, 031-836-4500

○ 먹거리(부대찌개거리에서 설날 당일 영업하는 식당)
 - 의정부명물찌개 본점 : 부대찌개, 호국로1297번길, 031-846-9977
 - 보영식당 : 부대찌개, 의정부 1동 214-127, 031-845-0579
 - 오뎅식당 : 부대찌개, 호국로1309번길, 031-842-0423
 - 명성부대찌개 본점 : 부대찌개, 호국로1309번길, 031-846-2335,
http://foodmd62.cafe24.com
 - 한양식당 : 부대찌개, 호국로1309번길, 031-848-2664
 - 초원식당 : 부대찌개, 태평로133번길, 031-856-1178

○ 주변 볼거리 : 직동공원, 의정부 실내빙상장, 망월사혜거국사부도, 정문부장군묘, 노강서원, 서계박세당사랑채 / 한국관광공사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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