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람 맞으며 느리게 느리게, 슬로시티 남양주 조안

지난 2010년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퍼스에서 열린 국제슬로시티연맹

이성훈 | 기사입력 2015/09/26 [08:10]

강바람 맞으며 느리게 느리게, 슬로시티 남양주 조안

지난 2010년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퍼스에서 열린 국제슬로시티연맹

이성훈 | 입력 : 2015/09/26 [08:10]

남양주시 조안면은 수도권에서 처음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수려한 자연, 다산 정약용 생가와 박물관 등 전통 유산, 깨끗한 물과 토양이 어우러져 지속 가능한 생태 도시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안이 슬로시티로 지정된 가장 큰 원인은 서울과 가깝기 때문이다. 한강 변에 위치한 이 마을은 식수원 보호 때문에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되지 못했다.

▲ 물의정원 습지    



공장도 들어서지 못했고, 농약도 사용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규제가 자연과 문화를 보호하는 결과로 나타났고, 세월이 흘러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조안면은 지난 2010년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퍼스에서 열린 국제슬로시티연맹 이사회에서 국제슬로시티 인증 받았다.

 

▲ 슬로시티문화관     


슬로시티 조안을 이해하기 위해 찾아야 할 곳이 있다. 먼저 물의 정원 건너편에 자리한 슬로시티문화관은 조안면을 소개하는 홍보관 역할을 한다. 슬로시티의 개념과 세계 슬로시티 인증 마을, 조안면의 특징 등을 살펴볼 수 있으니 꼭 한 번 들러볼 만하다.

▲ 슬로시티 조안을 볼 수 있는 슬로시티문화관     



남양주종합촬영소 가까이 자리한 남양주유기농테마파크는 국내 최초 유기농 테마파크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코코몽 캐릭터를 활용해 유기농 관련 각종 놀이 체험을 제공한다. 헛간 놀이터, 코코몽 기차, 유기농 텃밭, 트랙터 놀이터, 전통 농기구 체험장, 동물 농장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슬로시티문화관 내부    



능내역도 느린 마을 조안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청록색 기와지붕을 인 역사가 시간이 멈춘 듯 옛 모습 그대로 있다. 능내역 앞 철도에는 잡풀이 무성하다. 기차가 다니지 않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팔당역부터 용문역까지 복선 전철이 놓이면서 강변 철도와 능내역은 기억 속에 묻혔다.

 

▲ 능내역  


먼지가 풀풀 쌓이며 자칫 사라질 뻔한 능내역이 다시 붐빈 것은 자전거도로가 생기면서다. 강을 따라가는 경치가 기막힌 곳으로 금세 소문이 났고, 주말이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헬멧을 쓴 라이더들이 몰렸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던 시절보다 활기가 넘친다. 역사도 새로 단장했다.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옛 능내역 대합실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역사 옆에는 수십 년간 중앙선 철도를 달리던 기차가 카페로 변신해 손님을 맞는다.

 

▲ 능내역 내부     ©박소영


능내역에서 마현마을 다산유적지가 가깝다. 남한강 쪽으로ᅠ10분가량 자전거 페달을 밞으면 도착한다. 다산은 조선을 대표하는 실학자로, 천주교 박해 사건인 신유사화에 연루되어 전남 강진 다산초당에서 유배 생활을 하며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500여 권을 저술했다. 1762년 한강 두물머리가 훤히 바라보이는 마현마을에서 태어난 다산은 벼슬살이와 귀양살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월을 이곳에 머물렀다.

 

▲ 다산유적지    


마현마을에는 다산유적지가 잘 정비되었다. 다산 생가 여유당을 비롯해 다산의 묘와 다산문화관, 실학박물관 등이 있는데, 특히 실학박물관은 아이와 함께 들러볼 만하다. 조선 후기 실학의 탄생과 전개 과정을 살펴볼 수 있으며, 실학의 선구 역할을 한 여러 실학자의 유물과 자료가 잘 갖춰졌다.

 

 

▲ 실학박물관 내부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 회화와 애니메이션, 영상 등 아이들이 흥미롭게 살펴볼 다양한 자료가 흥미를 돋운다. 누르고 만지고 기웃대며 박물관 여기저기 돌아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각종 천문도와 천문 관측기구도 볼 만하다.

 

▲ 유기농테마파크    



실학박물관 건너편에는 다산 생가 여유당이 있다. 여유당(與猶堂)은 다산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살 때 지은 당호. 살얼음 건너듯이 조심하고 경계하며 살겠다는 뜻이 담겼다.
다산유적지에서 나와 북한강을 따라 운길산역 쪽으로 가면 물의 정원과 수종사를 돌아볼 수 있다.

 

▲ 여유당    


운길산역 건너편 북한강 변 들머리에 자리한 물의 정원은 아름다운 습지 공원이다. 자전거도로와 강변 산책길, 물향기길, 물마음길, 물빛길 등 산책로와 전망 데크가 조성되었다. 자전거를 타기 좋고,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물마음길과 강변 산책길은 전망대와 휴식 공간이 곳곳에 설치되어 북한강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 물의정원    



정원 한가운데 아치형 다리 뱃나들이교가 있다. 물마음길에서 바라보는 뱃나들이교와 주변으로 어우러진 수목의 풍광이 압권이다. 뱃나들이교 건너기 전에 커다란 액자가 있는데, 액자를 통해 바라보는 풍광이 인상파의 그림을 보는 듯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자전거도로도 이 다리를 지나 북한강과 나란히 달리며 서종까지 나간다.

 

 

▲ 능내역 앞 자전거도로    


운길산 중턱에 날아갈 듯이 자리 잡은 수종사는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종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절 입구부터 수종사까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급한 길을 40여 분 힘들게 올라야 한다. 자동차로 일주문까지 갈 수 있지만, 길이 좁아 운전이 서툰 사람은 진땀 뺄 각오가 필요하다. 그냥 마음 편히 걷는 게 좋다. 이 길은 충분히 걸을 가치가 있다. 떡갈나무, 당단풍나무, 신갈나무 등이 무성한 숲이 깊고 아늑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따가운 햇볕도 침범하지 못한다. 숨이 턱까지 차지만 숲이 주는 맑은 기운에 온몸이 개운해진다.

 

 

▲ 물의정원 자전거도로   


쉬엄쉬엄 걸어 대여섯 번 굽이를 돌면 일주문이다. 다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시야가 트이며 수종사가 나타난다. 수종사는 세조가 창건했다. 금강산을 다녀오던 세조가 양수리에서 하룻밤 묵었다. 잠결에 종소리를 듣고 따라가니 굴속에 18나한이 있고, 거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들렸다고 한다.

▲ 수종사에서 바라본 풍경    


수종사가 아름다운 까닭은 절에서 바라보는 풍경 때문. 멀리 한강이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서거정은 이 풍경을 “동방 사찰 중 제일의 전망”이라고 했다.
절 마당 한쪽에 통유리로 벽을 세운 삼정헌이 있다. 무료 찻집으로 시(詩)와 선(禪), 차(茶)가 하나 되는 곳이라는 뜻이다. 다구가 갖춰져 누구나 차를 마실 수 있다. 보온병의 물로 차를 마시고 설거지도 해야 한다.

▲ 개성집 국수    

 

○ 당일 여행코스
문화 유적 답사 : 능내역→다산유적지→슬로시티문화관→수종사
명소 탐방 코스 : 능내역→다산유적지→슬로시티문화관→물의 정원


○ 1박 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능내역→다산길 자전거 타기→다산유적지→슬로시티문화관
둘째 날 : 물의 정원→수종사→북한강 드라이브
 
◯ 관련 웹사이트
 - 남양주 문화관광 www.nyj.go.kr:culture
 - 슬로시티문화관 www.slowcityjoan.kr
 - 다산유적지 www.nyj.go.kr:dasan


◯ 문의

 - 남양주시청 슬로라이프과 031-590-5416
 - 슬로시티문화관 031-521-5686
 - 다산유적지 031-590-2481
 
◯ 잠자리
 - 사계절펜션 : 조안면 다산로, 010-9431-3115, www.sgjpension.com
 - 별빛휴양림 : 조안면 재재기로, 010-5934-4367, www.starlightforest.co.kr
 - 호텔더메이 : 남양주시 별내2로, 031-551-8700, www.hotelthemay.com
 
◯ 먹거리
 - 송촌식당 : 동치미국수, 조안면 북한강로, 031-576-4070
 - 개성집 : 만두, 조안면 북한강로, 031-576-6497
 - 고당 : 커피, 조안면 북한강로, 031-576-8090, www.godangcoffee.com


◯ 축제와 행사 정보 : 
다산문화제 9월 11~13일, 다산유적지 일대, 031-576-6760, http://nyjdasan.or.kr

◯ 주변 볼거리 :
왈츠와닥터만커피박물관, 봉선사등 / 한국관광공사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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