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들과 푸른 강물 따라 걷는, 완주 만경강길

물가에 자생하는 쥐방울덩굴 잎에 멸종 위기종인 꼬리명주나비가

이성훈 | 기사입력 2021/11/15 [10:18]

너른 들과 푸른 강물 따라 걷는, 완주 만경강길

물가에 자생하는 쥐방울덩굴 잎에 멸종 위기종인 꼬리명주나비가

이성훈 | 입력 : 2021/11/15 [10:18]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만경강은 호남평야를 가로지르는 전라북도의 젖줄이다. 완주군 동상면에서 발원해 전주, 익산, 김제, 군산을 거쳐 서해로 흘러든다. 넉넉한 강물이 들판을 적셔 곡식을 기르고, 수많은 동식물의 안식처가 된다. 물가에 자생하는 쥐방울덩굴 잎에 멸종 위기종인 꼬리명주나비가 알을 낳고, 날이 추워지면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가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든다.

▲ 넉넉함으로 생명을 품어 살리는 만경강

 

최근 완주에 건강한 생태계가 살아 있는 만경강을 따라 걷는 길이 생겼다. 본래 있던 산길과 마을 길, 둑길과 자전거도로를 이은 ‘완주 만경강길’이다. 발원지인 동상면 밤샘에서 삼례읍 해전마을까지 약 44km, 7개 코스다. 산길을 걸을 때 강에서 잠시 멀어졌다가 둑길과 자전거길을 만나면 강을 옆구리에 끼고 걸으니 지루하거나 심심할 새가 없다. 청둥오리와 고니(천연기념물)를 보고, 생태계의 보고인 신천습지를 지나고, 해 질 녘 붉은 노을을 눈에 담는다. 만경강 전체 구간 중 60%가 완주에 속한다.

 

▲ 제방길, 자전거도로, 산길, 마을길을 이어 7개 코스를 만들었다


1코스 밤샘길(왕복 4.6km)은 동상면 밤티마을과 밤샘을 잇는다. 밤티마을 꿈나무체험관찰학습장에서 시작하면 편리하다. 주차가 가능하고 코스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마을 길과 산길을 따라 30~40분 걸으면 밤샘에 도착한다. 이렇게 작은 샘이 가느다란 물줄기를 이뤄 흐르다 지천을 만나고, 점점 몸집을 불리며 거대한 강이 된다는 게 신기하다.

 

▲ 1코스와 2코스 출발 지점인 꿈나무체험관찰학습장. 화장실과 슈퍼를 이용할 수 있다_ 만경강사랑지킴이


꿈나무체험관찰학습장으로 되돌아와 비포장 길과 마을 길, 산길을 넘나들며 거인마을로 향한다. 2코스 굽잇길(8.3km)이다. 2시간 20분 남짓 걷는 동안 푸근한 자연과 마을 풍경을 두루 만난다. 밤샘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거인마을을 지난 뒤 동상저수지와 대아저수지로 모인다. 저수지 주변은 자동차 도로만 있어 코스는 고산면에서 다시 시작된다.

 

▲ 3코스 종착점인 세심정에서 바라본 세심보


3코스 창포길(5.9km)은 창포 군락지가 있는 창포마을을 출발해 1시간 40여 분 만에 세심정에 도착한다. ‘항상 마음을 깨끗이 씻는다’라는 뜻이 담긴 조선 시대 정자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강을 가로지르는 세심보가 보인다. 1970~1980년대 마을 아이들이 이곳에서 멱을 감았다고 한다. 4코스 세심정길(8.1km)은 세심정에서 봉동읍 상장기공원까지 이어진다.

 

▲ 5코스 출발점인 봉동 상장기공원


7개 코스를 전부 걷기는 쉽지 않다. 한두 코스만 선택한다면 5코스 생강길(7.2km)과 6코스 신천습지길(5.5km)을 권한다. 5코스는 상장기공원-봉동교-회포대교, 6코스는 회포대교-하리교-삼례교-비비정 구간이다. 두 코스를 이어서 걸으면 3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상장기공원에서 봉동교는 차가 다니지 않는 둑길이다. 한쪽은 느티나무, 한쪽은 벚나무가 늘어서 봄에 특히 아름답지만 지금도 괜찮다. 봉동교를 지나면 둑길에 자동차가 많아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게 낫다.

 

▲ 6코스 중 회포대교~하리교 구간_신천습지


회포대교에서 하리교까지 2km 구간은 ‘만경강의 허파’라 불리는 신천습지다. 회포대교는 고산천과 소양천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강폭이 넓고 물이 천천히 흘러 퇴적물이 쌓이면서 여기저기 작은 섬 모양 지형이 생긴 덕분에 다양한 식생이 깃들었다.

▲ 곳곳에 하중도가 형성돼 수많은 생물이 깃들어 산다


여름이면 노랑어리연꽃, 왜개연꽃, 가시연꽃 같은 수생식물이 무리 지어 피고,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인 황새와 삵, 노랑부리저어새도 눈에 띈다. 신천습지는 2017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관한 시민 공모 ‘이곳만은 꼭 지키자’에서 한국환경기자클럽상을 받았다.

 

▲ 비비정

 

비비정은 만경강과 구 만경강 철교(국가등록문화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소다. 일제강점기에 쌀을 반출하기 위해 놓은 만경강 철교는 2011년 전라선이 복선화하면서 역할을 다했다. 철교에 열차를 리모델링한 비비정예술열차를 조성해 레스토랑과 갤러리, 카페로 활용한다.

 

▲ 비비정예술열차   

 

해 질 녘 노을을 감상하기 좋다. 7코스 비비정길(왕복 4.5km)이 이곳부터 해전마을까지 이어진다. 5~6코스를 이어서 걷는다면 교통이 좀 더 편한 삼례에서 출발해 거꾸로 가는 편이 수월하다.

 

▲ 밤샘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동상, 대아 저수지로 모인다


만경강을 지키고 보존하는 활동의 중심에 만경강사랑지킴이가 있다. 2017년 완주군이 주최하는 ‘만경강생태아카데미’ 1년 과정을 마치고 자발적으로 모인 지역 공동체다. 만경강과 신천습지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청소와 교육, 철새 탐조 여행 등을 기획·운영한다. 2021년 상반기에는 만경강 변의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쓰담걷기’를 진행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면 네이버 카페 ‘만경강사랑지킴이’에 부정기적으로 올라오는 공지를 참고하자.

 

▲ 만경강 발원지 밤샘_만경강사랑지킴이


대아저수지에서 동상저수지로 이어지는 수변 도로는 소문난 드라이브 코스다. 늦가을 화려한 단풍을 감상하며 달리면 힐링이 따로 없다. 이른 새벽 피어오른 물안개도 몽환적이다. 일제강점기에 댐을 만들어 생긴 대아저수지는 기암절벽을 거느린 운암산과 우아하고 부드러운 동성산에 둘러싸여 사계절 아름답다. 남쪽의 동상저수지와 이어진다. 대아수목원이 가깝고 위봉산성과 위봉사도 멀지 않다.

 

▲ 대아저수지_드라이브코스


완주 위봉산성(사적)은 17세기에 쌓은 대규모 석성이다. 둘레 약 8.6km, 높이 1.8~2.6m에 이른다. 방탄소년단이 ‘2019 서머 패키지 인 코리아’ 영상을 찍어 유명해졌다. 산성은 보통 전란에 대비하는 군사시설이지만, 위봉산성에는 유사시 전주 경기전에 봉안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과 위패를 옮겨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실제로 동학농민운동 때 태조어진과 위패를 산성 안 위봉사 법당으로 옮겼다고 한다.

 

▲ 위봉사


비구니 도량인 위봉사의 절제된 아름다움에 오래도록 눈길이 간다. 604년(백제 무왕 5)에 창건했다고 전해지나 확실치 않다. 중심 전각인 보광명전(보물)의 팔작지붕 용마루와 위봉산 능선 자락이 조화롭다. 조선 시대 건물로 추정하는 보광명전에는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살, 보현보살을 모셨다. 위봉폭포 일원(명승)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높이 60m 2단 폭포로, 판소리 명창 권삼득 선생이 수련한 곳으로 알려졌다.

 

▲ 위봉산성


완주 만경강길 3~4코스가 지나는 고산면의 고산미소시장도 흥미롭다. 2013년에 종전 오일장과 함께 문화 관광형 테마 장터로 거듭났다. 수십 년간 장사해온 베테랑 상인과 청년 상인이 함께 꾸려간다. 책 읽고 핸드메이드 제품을 구매하는 책방, 수제 간식과 수제 청을 나누는 음식 공방, 쿠키와 도넛이 맛있는 카페, 지역 공동체의 상품을 전시·판매하는 편집 매장, 한우 판매장, 공예 체험장 등 30여 개 점포가 들어섰다. 마지막 토요일에 공연, 영화 상영회, 플리 마켓이 열린다.

 

▲ 고산미소시장_공예체험

 

당일여행 : 완주 만경강길 5~6코스→대아저수지와 동상저수지 수변 도로 드라이브→완주 위봉산성, 위봉사 / 1박 2일 여행 : 첫날_완주 만경강길 5~6코스→대아저수지와 동상저수지 수변 도로 드라이브→완주 위봉산성, 위봉사. 둘째날_완주 만경강길 3~4코스→고산미소시장

 

○ 관련 웹 사이트

 - 완주군 문화관광 www.wanju.go.kr/tour/index.wanju

 - 만경강사랑지킴이 https://cafe.naver.com/manggyeonggang

 

○ 주변 볼거리 : 삼례문화예술촌, 삼례책마을, 오성한옥마을, 아원, 산속등대 / 관광공사_사진제공

전북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길 7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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