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듯 열린 마당 정원, 안동 봉정사 영산암

가장 오래된 극락전(국보)과 조선 전기 건축양식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웅전

이성훈 | 기사입력 2022/10/04 [10:50]

닫힌 듯 열린 마당 정원, 안동 봉정사 영산암

가장 오래된 극락전(국보)과 조선 전기 건축양식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웅전

이성훈 | 입력 : 2022/10/04 [10:50]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에 등재된 안동 봉정사는 우리나라 목조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극락전(국보)과 조선 전기 건축양식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웅전(국보)으로 유명하다. 부속 암자 영산암(경북민속문화재)도 빼놓을 수 없다.

 

▲ 봉정사 영산암 마당 정원

 

영산암의 마당 정원이 ‘한국의 10대 정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영산암을 구성하는 크고 작은 전각 6동 가운데 자리 잡은 마당에는 소나무와 배롱나무, 맥문동 같은 화초가 어우러져 무심한 듯 아름다운 정원을 이룬다. 사색의 계절 가을, 영산암 전각 툇마루에 앉아 마당 정원을 바라보는 맛이 각별하다.

 

▲ 영산암으로 오르는 계단

 

영산암은 일반적인 부속 암자와 달리 본사(本寺)와 이웃해 있다. 봉정사 승려들이 생활하는 요사채 뒤쪽 문으로 나가면 야트막한 언덕 아래 ‘한국의 10대 정원, 봉정사 영산암’ 표지판이 보인다. ‘영화〈나랏말싸미〉촬영지’라는 문구도 있다. 고즈넉한 옛 정취를 간직한 영산암에선 영화〈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동승〉도 촬영했다.

 

▲ 영산암의 정문인 우화루 전경

 

영산은 석가모니가 설법하던 인도의 영축산을 말한다. 영산암의 정문을 겸하는 우화루는 ‘꽃비가 내리는 누각’이란 뜻이다. 부처가 영축산에서 설법할 때 꽃비가 내렸다는 전설에서 따온 이름이다. 우화루의 작은 문으로 허리를 굽혀 들어가면 우리 옛집과 마당이 어우러진 신세계가 펼쳐진다. 3단으로 된 마당 아래쪽에 풀꽃이 있고, 가장 넓은 중간 마당은 바위 위에 솟아오른 소나무를 중심으로 배롱나무와 석등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송암당 툇마루에서 본 마당

 

중간 마당 좌우에 들어선 송암당과 관심당은 우화루 2층과 수평으로 이어져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공간 연출을 보여준다. 우화루의 대청마루가 송암당, 관심당의 툇마루와 연결되는 모양도 독특하다. 우화루 벽체를 일부 없애고 송암당에는 넓은 툇마루를 두어 건물 가운데 ㅁ 자형으로 닫힌 공간이 밖을 향해 열린 모습이다.

 

▲ 윗마당에 자리잡은 삼성각과 응진전

 

다시 짧은 계단을 오르면 우리 고유 신앙을 받아안은 삼성각과 십육나한을 모신 응진전이 보인다. 응진전에 줄지어 앉은 나한상은 중앙의 엄숙한 불상과 달리 저마다 독특한 표정과 자세가 해학적이다. 벽에는 부처를 그린 탱화, 봉황과 학, 매화 등을 그린 민화도 눈길을 끈다.

 

▲ 봉정사의 정문인 만세루

 

영산암 마당 정원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송암당 툇마루에 앉으면 아담한 소나무와 배롱나무, 소박한 풀꽃이 아늑하다. 마당 가운데 서서 삼성각 쪽을 바라보면 하늘로 뻗은 소나무 가지와 바닥의 기암괴석이 선계에 온 듯하다. 응진전 앞에서는 영산암 마당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충 보면 5분도 안 걸리는 영산암에 오래 머물러야 하는 까닭이다.

 

▲ 봉정사 극락전과 3층석탑

 

영산암을 꼼꼼히 살펴봤다면 봉정사를 대표하는 극락전과 대웅전도 둘러봐야 한다. 맞배지붕이 소박한 극락전은 1363년(공민왕 12)에 중창했다는 상량문이 발견되면서 현존하는 우리나라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신라 때부터 이어온 고건축의 몇 가지 특징으로 볼 때, 같은 고려 시대 건축물인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국보)보다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 국보로 지정된 봉정사 대웅전

 

봉정사 대웅전은 극락전보다 화려한 팔작지붕 아래 주불인 석가모니불과 협시불인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을 모셨다. 내부의 단청은 고려 시대 기법을 그대로 간직해, 건물과 함께 중요한 회화 자료로 주목받는다. 영산암(봉정사) 관람 시간은 오전 7시~오후 7시(동절기 오전 8시~오후 6시 / 연중무휴),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300원, 어린이 600원이다.

 

▲ 소박한 맞배지붕의 봉정사 극락전

 

봉정사에서 자동차로 15분쯤 떨어진 곳에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보물)이 있다. 거대한 암벽에 부처의 신체를 선으로 새기고 따로 조각한 머리를 얹은 형태는 고려 시대에 유행한 석불 양식이다. 머리와 몸통을 합해 12.38m에 이르는 거구인데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형태를 유지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 거대한 부처 앞에서 절을 올리고 소원을 빈다.

 

▲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에는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봉정사가 자리한 안동은 유교와 선비의 고장이기도 하다. 봉정사에서 멀지 않은 의성김씨 학봉종택(경북기념물)은 퇴계 이황의 학통을 이어받은 조선 중기 문신 학봉 김성일의 종가다. 김성일은 1568년(선조 1) 과거에 급제해 정언, 나주목사 등을 역임했다. 임진왜란 직전에는 사신으로 일본에 다녀와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막상 전쟁이 난 뒤에는 최전선에서 의병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어려운 백성을 돕다가 병사했다.

 

▲ 김성일 관련 유물을 살펴볼 수 있는 학봉기념관

 

학봉종택은 ㅁ 자형 본체를 중심으로 제사를 모시는 사당과 유물을 보관한 운장각, 학봉기념관 등이 들어선 모습이다. 운장각에는 《경연일기》 《해서록》 등 보물로 지정된 김성일의 친필 원고와 고문서 수백 점을 보관 중이다. 대표 유물은 학봉종택 입구의 학봉기념관에서 볼 수 있다. 학봉종택에 머물며 종가 음식을 맛보는 고택 체험도 가능하다(예약 필수).

 

▲ 학봉 김성일의 제자 장흥효가 제자를 키우던 광풍정

 

학봉종택 인근의 광풍정(경북문화재자료)은 김성일의 제자 장흥효가 지은 누각이다. 조선 중기의 대표적 성리학자 장흥효는 관직에 나가는 대신 평생 이곳에서 학문을 익히며 후학을 양성했다. 현재 건물은 조선 후기에 안동 지역 유림이 고쳐 지은 것이라 한다.

 

▲ 학봉종택에선 숙박과 고택체험도 가능하다

 

광풍정 뒤쪽에는 암석 위에 세운 제월대라는 누각이 있는데, 광풍정과 위아래로 짝을 이룬 모습이 이채롭다. 광풍과 제월은 ‘비 갠 뒤의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란 뜻으로, 중국 북송의 시인 황정견의 시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 위아래로 짝을 이룬 광풍정과 제월대    

 

○ 당일여행 : 봉정사 영산암→광풍정→의성김씨 학봉종택→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

 

○ 1박 2일 여행 : 첫날_봉정사 영산암→광풍정→의성김씨 학봉종택→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 / 둘째날_안동하회마을→부용대→안동 병산서원

 

○ 관련 웹 사이트

 - 안동관광 www.tourandong.com/public

 - 봉정사 http://bongjeongsa.org

 - 학봉종택 www.hakbong.co.kr

 

○ 문의

 - 안동시청 관광진흥과 054-840-6392

 - 안동관광 054-840-3433

 - 봉정사 054-853-4181

 - 학봉종택 054-852-2087

 

○ 주변 볼거리 : 임청각, 월영교, 탈춤공원, 하회세계탈박물관, 영호루 등 / 관광공사_사진제공 

경북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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