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새겨진 천년 역사가 있는 곳, 익산 미륵산성

여전히 마르지 않은 우물과 폐사지 초석 틈새로 자란 꽃이 격전지에서

이성훈 | 기사입력 2023/05/30 [03:15]

돌에 새겨진 천년 역사가 있는 곳, 익산 미륵산성

여전히 마르지 않은 우물과 폐사지 초석 틈새로 자란 꽃이 격전지에서

이성훈 | 입력 : 2023/05/30 [03:15]

[이트레블뉴스=이성훈 기자] 산성의 돌 하나는 병사의 갑옷과 같다. 목숨을 구할 방패다. 가파른 산에 거대한 돌을 쌓는 행위는 호국의 염원 없이 불가능하다. 여전히 마르지 않은 우물과 폐사지 초석 틈새로 자란 꽃이 격전지에서 살아남은 질긴 생명력을 떠올린다.

 

▲ 둘레 1,776m의 포곡식 석축산성인 익산 미륵산성은 미륵산 정상부와 북쪽 봉우리를 포함해 동쪽 계곡을 에워싼다

 

익산 미륵산성(전북기념물)은 둘레 1776m 포곡식 석성으로, 미륵산 정상부와 북쪽 봉우리를 포함해 동쪽 계곡을 에워싼다. 익산 지역 11개 성곽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북쪽으로 낭산산성(전북기념물), 동쪽으로 용화산성과 선인봉산성, 남쪽으로 익산 토성(사적)과 금마도토성(전북기념물)이 미륵산성을 겹겹이 둘러싼 형태다.

 

▲ 미륵산성 정문격인 동문지로 들어가면 산성이 좌우로 두 팔 벌려 서 있다_익산시청 촬영

 

차로 미륵산성에 접근하는 최대 지점은 베네스다기도원 옆 미륵산성 주차장. 여기부터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주차장에서 주 출입구인 동문지까지 1km 남짓, 약 15분이면 도착한다. 굵은 참나무가 등산로를 호위하듯 서 있다. 신선한 초록 잎과 묵은 갈색 이파리가 한 줄기에 달렸는데, 자연 속에 있는 산성 여행이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자늑자늑 알려준다. 호젓한 산책로 같은 등산로여서, 미륵산 정상에 오를 계획이 아니라면 가벼운 옷차림도 무방하다.

 

▲ 미륵산성 주차장에서 1km, 산책하듯 걸으면 미륵산성에 도착한다

 

동문지에서 바라본 미륵산성은 좌우로 날개를 펼치고 서 있다. 성문은 동쪽과 남쪽 성벽 가운데, 서쪽 성벽 모서리에 냈다. 북쪽은 지형을 이용해 능선이 그대로 방어망이다. 산성 내부에 계곡을 포용하고 그 주위를 둘러싼 능선을 따라 포곡식으로 축조했는데, 이는 대형 산성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법이다. 지형에 따라 외벽만 돌로 쌓고 내벽은 잡석과 다진 흙으로 채우는 내탁법, 외벽과 내벽을 모두 일정한 높이까지 돌로 쌓아 올린 협축법을 섞어 축성했다.

 

▲ 미륵산성은 석축위로 올라 걸을 수 있으며 산정상으로 향하는 길로 이어진다

 

미륵산성은 ‘용화산성’으로 불렸는데, 미륵산의 옛 이름이 용화산이었기 때문이다. 고조선 기준왕이 이곳으로 내려와 쌓았다고 해서 ‘기준성’이라고 불렀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미륵산성은 축성 연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지만, 통일신라 이후 《고려사》 《신증동국여지승람》 《세종실록지리지》 《와유록》 등 시대마다 문헌에 등장하며 그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 미륵산성 치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향한 석축과 동문과 옹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벽 길은 동문지 안에서 세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 성벽으로 방향을 잡아 나무 계단을 오르면 평평한 석축을 밟아볼 수 있다.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을 공격하는 돌출부인 치(雉)는 모두 10개다. 동북쪽 치에 올라서면 반대편 남쪽으로 향한 석축과 동문지의 옹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복원된 미륵산성 전체를 조망할 포인트다. 남문지는 산세가 치켜 올라갈 정도로 가파른데, 성벽 위와 안쪽을 계단처럼 쌓아 지형에 맞췄다. 석축 위는 접근이 안 된다.

 

▲ 터 마다 줄지어 남은 주초석이 꽤 큰 건물이 있었음을 짐작게 한다

 

가운데 중앙 계곡부 안쪽 등산로를 따라가면 6부 능선에 있는 건물 터가 보인다. 터마다 줄지어 남은 주춧돌이 꽤 큰 건물이 있었음을 짐작게 한다. 3단 석축 지역에서 확인된 동서 510m, 남북 700m 규모 저수 시설이 핵심이다. 산성 안에 샘과 못이 많다는 것은 장기전이 가능하다는 뜻. 아직 마르지 않은 집수정에 신록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 한강 이남 최대의 대나무 군락지로 면적이 5만㎡에 달하는 대나무 숲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세 갈래 어느 방향이든 미륵산(430m) 정상으로 향한다. 동문지 오른쪽으로 등반하면 헬기장에 이르는데, 이 길은 미륵산 정상으로 향하는 열 갈래 중 하나다. 헬기장에서 시선이 가는 곳이 있다면 화강암 채석장을 발견한 것. 익산의 돌은 ‘산에서 이익을 보다’라는 지명처럼 그 규모가 대단해, 익산에선 돌을 노잣돈처럼 품었다고 한다.

 

▲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익산의 황등석 채석장

 

익산 화강암은 단단하고 철분 함량이 적어 부식이 잘되지 않는 장점 덕에 삼국시대부터 애용했다. 석재 이름은 보통 산 이름을 따서 부르는데, 익산 지역에서 채취한 돌은 모두 ‘황등석’이라 한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과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국보), 익산 연동리 석조여래좌상(보물) 등은 황등석이 쓰인 대표적인 석조 문화재로 꼽힌다.

 

▲ 미륵산정상에서면 서동공원과 한반도 모양새의 금마저수지 조망도 가능하다

 

송전탑을 뒤로하고 능선을 따라 걸으면 미륵산 정상이다. 정상부는 표석을 중심으로 나무 덱을 조성해 전망하기 좋다. 남동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서동공원과 한반도 모양의 금마저수지가 들어온다. 쾌청한 날에는 북쪽으로 논산과 부여, 서쪽의 금강, 남쪽으로 멀리 김제와 전주까지 넓은 지역이 한눈에 보여 우리나라 4대 고도(古都)로 지정된 익산의 지리적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 미륵사지의 복원된 미륵사 동탑

 

미륵산성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오면서 인근 구룡마을을 지나치지 말자. 한강 이남 대나무 최대 군락지로, 5만 ㎡ 면적에 대나무숲이 빼곡하다. 왕대의 북방 한계선이기도 하다. 푹신한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이 숲을 깨우고, 댓잎이 부대끼며 시원한 바람을 불러온다.

 

▲ 미륵산 봉우리처럼 솟은 미륵사지 석탑

 

미륵산은 백제 최대 사찰로 꼽히는 미륵사가 있던 곳이다. 복원된 동탑과 달리 미륵산의 봉우리처럼 솟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은 ‘돌의 역사’를 압축한 상징물이다.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최대(最大) 석탑이다. 광활한 절터와 슬쩍 훑어도 그 끝이 아득한 폐사지에서 찬란한 백제의 역사를 되새겨본다. 익산백제실, 미륵사지실, 역사문화실 등 상설전시실을 갖춘 국립익산박물관을 먼저 둘러보고 미륵사지로 향하는 동선을 추천한다.

 

▲ 해 질 녘 바라본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의 위용은 드넓은 궁터를 지키는 수호신같다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에 가면 1400여 년 전 백제 왕궁과 마주한다. 왕궁리 유적은 미륵사지와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해 질 녘 바라본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의 위용은 드넓은 궁터를 지키는 수호신 같다. 디지털 체험 시설과 체계적인 전시 설명을 갖춘 백제왕궁박물관은 왕궁리 유적을 제대로 배우는 교과서다.

 

▲ 왕궁리유적의 백제왕궁박물관 전경    

 

○ 당일여행 : 역사여행_익산 미륵산성→익산 쌍릉→국립익산박물관→익산 미륵사지→익산 왕궁리 유적→백제왕궁박물관 / 걷기여행_익산 미륵산성→미륵산 정상→구룡마을 대나무숲→국립익산박물관→익산 미륵사지

 

○ 1박 2일 여행 : 첫날_익산 미륵산성→익산 쌍릉→구룡마을 대나무숲→국립익산박물관→익산 미륵사지→익산 왕궁리 유적→백제왕궁박물관 / 둘째날_보석박물관→왕궁다원→고스락→익산교도소세트장

 

○ 관련 웹 사이트

 - 익산시 문화관광 www.iksan.go.kr/tour/index.iksan

 - 국립익산박물관 https://iksan.museum.go.kr

 - 백제왕궁박물관 www.iksan.go.kr/wg/index.iksan

 

○ 문의

 - 익산시청 문화관광산업과 063-859-5778

 - 익산미륵사지관광안내소 063-859-3873 

 - 국립익산박물관 063-830-0915

 - 백제왕궁박물관 063-859-4631

 

○ 주변 볼거리 : 마한박물관, 익산 제석사지, 익산 고도리 석조여래입상 / 관광공사_사진제공

전북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산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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