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 핑크빛 오로라를 찾아 떠난 아이슬란드 여행길

오로라를 만나러 떠나는 설레는 마음을 짐작조차 하기 어렵지만 아름다운 오로라

김영석 | 기사입력 2024/09/29 [11:58]

[테마기행] 핑크빛 오로라를 찾아 떠난 아이슬란드 여행길

오로라를 만나러 떠나는 설레는 마음을 짐작조차 하기 어렵지만 아름다운 오로라

김영석 | 입력 : 2024/09/29 [11:58]

[이트레블뉴스=김영석] 세계 오지를 찾아다니며 인류의 흔적을 찾아내 독자들에게 신비로운 인류의 삶을 흥미롭게 전해 주고있다. 아이슬란드로 오로라를 만나러 떠나는 설레는 마음을 짐작조차 하기 어렵지만, 덕분에 아름다운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 핑크빛 오로라를 찾아 아이슬란드로…   © 김영석

 

노르웨이 출사 여행팀은 오 년 만에 다시 만났다. 지난 2월 18일 밤 비행기로 오로라를 담으러 아이슬란드로 향했다. 일기예보는 11일 일정 중 8일이나 눈비가 온다고 한다. 오로라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헬싱키에서 눈보라로 환승이 지연되었지만 케플라비크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차 두 대를 빌려서 3명씩 나누어 탔다. 첫 번째 일정인 요쿨살론까지 6시간 걸린다. 날씨는 영상인데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친다. 사방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엄청난 바람에 앞문을 열다 문짝이 찌그러졌다. 문이 붙어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오후 늦게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요쿨살론에서 인기 많은 빙하 얼음 동굴 투어를 했다. 바퀴가 차체보다도 큰 것 같은 지프에 올랐다. 바퀴가 크고 타이어 공기압을 낮춰야 얼음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단다. 온난화로 빙하가 점점 줄어든다. 얼음 동굴의 모습은 녹다 얼다 반복하므로 계속 달라진다. 안전하게 헬멧과 아이젠을 착용했다. 지프에서 내려 30분쯤 빙하 위를 걸어서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투명하고 푸른빛 주상절리 모양의 크리스털 얼음 언덕이 신비하다. 얼음으로 만든 미국의 Antelope Canyon 형상 같다. 물이 떨어지다 얼어붙은 얼음 폭포 앞에서 인증 샷을 찍었다. 돌아오는 길에 전망이 수려한 휴게소 언덕에서 쉬었다. 뜨거운 물에 끓인 컵라면 하나와 대자연의 청량한 공기를 반찬 삼아 먹으니 이 이상의 점심이 또 있을까 싶다.

 

영화의 촬영지로 알려진 스톡스네스에 있는 바이킹 카페에 도착했다. 비너스의 두 가슴처럼 하얗고 우아한 베스트라혼 산이 반겨준다. 밤에 수면제 먹고 자는데 한 시간도 안 돼서 깨운다. 오로라 소식에 나가야 한단다. 수면제에 취해서인지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곳곳이 얼어붙어 미끄럽다. 바위에서 미끄덩해서 카메라 잡은 손이 돌에 부딪혔다. 하마터면 바닷속으로 떨어질 뻔하였다. 

 

 

저녁 무렵,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다른 장소로 출발했다. 2호 차가 덜컹 덜컹거리다 도로에 주저앉았다. 오지이므로 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몰랐다. 디젤차인데 휘발유로 가득 채웠다. 내연기관이 망가져 차를 못 쓴다는 등, 대원들끼리 걱정이 태산이었다. 보험회사에 전화해도 내일 사람을 보낸다는 답만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한 대에 6명이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험상궂게 생긴 정비사가 고물 같은 트럭을 툴툴거리며 왔다.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쉽게 호스로 휘발유를 다 빼고 디젤로 채우고 시동을 걸어주었다.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고 하면서. 630km 8시간을 달려 큐르큐펠 폭포 지역으로 이동했다. 오로라 배경으로 이름난 폭포 부근에서 2박을 하는데 매일 비가 왔다. 비가 그치기를 기대하며 버티고 사진을 찍었다. 한참 만에 구름을 뚫고 하늘 문이 열리며 산등선에서 오로라가 번득인다. 산과 구릉을 배경으로 총천연색 빛 내림을 담았다. 

 

 

비가 계속 와서 숙소로 돌아왔다가 가까운 교회로 갔다. 세찬 바람과 오락가락하는 빗속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짙은 구름이 십자가를 감싸고 피어오른다. 잠시 후 강렬한 진홍색의 오로라 휘장이 내려오며 어둠을 찢는다. 아래에는 연두색 커튼이 끝없이 펼쳐진다. 구세주의 붉은 피가 하늘로부터 내려와 지상에는 초록빛의 평화가 임하는 환상을 본다. 마음은 날카로운 톱니에 찔린 듯한 감동의 전율로 휩싸였다.

 

 

기이하고도 특별하게 생긴 코뿔소 바위로 유명한 바튼스네스 반도로 이동했다. 트롤이란 괴물이 교회 종소리를 견디지 못해 종을 떼러 왔다가 바위로 굳어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코뿔소가 빠져있는 바다를 향해 급한 경사를 내려갔다. 태양의 햇살이 코뿔소 다리 사이로 반짝인다. 밤에 다시 와서 코뿔소 바위를 배경으로 타임랩스를 설치했다. 현란한 오로라의 춤사위를 담을 수 있었다. 트랙터 배경으로 오로라를 담는 것도 좋을듯하여 폐차장으로 갔다. 

 

하늘에 오로라의 향연이 시작됐다. 갑자기 하늘 복판에서 뚜렷한 분홍색 오로라가 휘리릭 빠른 춤을 추며 나타난다. 온몸은 흥분으로 얼어붙었다. 핑크빛 오로라는 빨리 움직이는 바람에 카메라에 담기 쉽지 않다. 다행히 몇 장이나마 건질 수 있었다. 장시간 노출과 보정을 걸쳐서 사진에서 보는 많은 오로라는 선명하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선명하고도 화려한 진분홍 천상의 커튼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마지막 일정인 미바튼 온천지대로 갔다. 화산 수증기와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오로라를 담았다. 배낭을 어딘가 놓고 오로라를 요모조모 담기 위해 이리저리 헤맸다. 배낭 둔 곳이 기억나지 않는다. 한참을 헤매다가 달이 밝아 찾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어마어마하게 큰 유황 노천온천에 들어갔다. 뜨거운 온천욕으로 2 주 동안 쌓인 심신의 피로를 녹이니 아이슬란드 일정이 파노라마같이 지나간다.

 

 

차로 달린 거리도 2,500km 이상이었다. 그토록 좋아하던 눈 덮인 하얀 산과 들에서 하루 평균 2만 보를 걸었다. 꿈길을 걷는 듯했다. 비가 오고 구름이 껴도 8일씩이나 선명한 오로라의 향연을 보았다. 

 

 

핑크빛보다도 더욱 강렬했던 진홍빛 오로라 화살은 걱정하는 나의 가슴을 찢었다. 쉽지 않은 여행이지만, 특별한 감동과 묘미를 찾는 여행자들이 황홀한 자연의 향연을 느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천 중구 공항로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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