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핑 성지 양양의 그늘, 부동산 거품이 불러온 도시 공동화 위기콘크리트에 갇힌 양양, '개발' 아닌 '관광도시 경영'으로 체질 개선해야[이트레블뉴스=양승용, 부천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대한민국 동해안의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강원도 양양군은 지난 수년간 서핑의 성지이자 젊음의 메카로 불리며 가장 극적인 대전환을 맞이했다. 주말이면 트렌디한 감성의 팝업스토어와 카페를 찾는 2030의 발길이 이어지고, SNS는 양양의 화려한 낮과 밤으로 도배된다. 지가는 폭등했고 해안선 요충지마다 초고층 빌딩들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외견상 양양은 지방 소멸 시대에 보기 드물게 자생적 성공을 거둔 독보적인 관광도시처럼 보인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이 꺼진 무대 뒤편, 양양은 지금 도시 공동화라는 거대한 구조적 시한폭탄을 마주하고 있다. 현재 양양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단순히 경기 침체나 일시적인 관광객 감소가 아니다. 서핑 붐이라는 천혜의 기회를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로 안착시키지 못하고, 그 빈자리를 단기적 분양 수익만을 노린 부동산 개발 자본에 내어준 관광도시 경영의 총체적 실패다.
지난 10여 년간 양양의 성장 모델은 철저히 관광산업 육성이 아닌 부동산 개발에 치우쳐 있었다. 지가 상승과 유동인구 증가를 마주한 지자체는 자신들이 관광 행정을 잘해서 도시가 성공했다는 착각에 빠졌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그것은 자연 발생적 트렌드에 행정이 무임승차한 것에 불과했다. 행정이 장기적 마스터플랜 없이 단기 취득세 수입과 민간 투자 유치 실적에 눈이 멀어 용적률 완화 카드를 퍼주는 사이, 양양의 미래 가치는 기획 부동산 업자들에게 헐값에 넘어갔다.
그 결과 호텔이나 리조트 같은 정통 체류형 콘텐츠 대신 생활숙박시설이라는 기형적인 투자형 부동산이 해안가를 장악했다. 생숙은 분양만 끝나면 시행사는 막대한 이익을 챙겨 떠나는 먹튀형 자산에 가깝다. 전문적 운영 역량이 없는 개별 수분양자들은 경기가 꺾이자 덤핑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숙박 품질 저하와 건물 노후화로 이어져 도시 전체를 수직형 슬럼으로 만들고 있다. 건물의 숫자는 늘었으나, 지역 경제를 지탱할 진짜 관광 생산성은 추락하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비대칭성은 더욱 심각해졌다. 분양 자본은 단발성 세금만 낸 채 막대한 수익을 사유화하여 서울과 수도권으로 회수해 갔다. 반면 그로 인해 발생한 극심한 주차난, 교통 혼잡, 쓰레기 처리, 야간 치안, 열악한 보행 환경 등 만성적 트래픽 비용은 온전히 양양군의 예산, 즉 지역 주민의 세금으로 영구히 지출되는 비용의 사회화가 고착화되었다. 트래픽의 고통과 비용은 고스란히 주민과 지자체가 지고, 알짜 과실은 외지 자본이 따먹는 기형적 구조다.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해서 좋은 관광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편안하게 머물며 매력적인 소비를 유도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현재 양양은 바다는 예쁜데 막상 내리면 할 게 없다라는 뼈아픈 평가를 받는다. 고급 다이닝, 문화 공연, 사계절 실내 체험시설, 가족형 웰니스 프로그램 등 여행객의 지갑을 열고 체류 시간을 늘릴 소비 인프라는 처참할 정도로 빈약하다.
여기에 주말과 여름 한 철에만 반짝 수요가 몰리는 극단적인 계절성은 상권의 생존을 위협한다. 평일과 겨울철이면 유동인구가 전멸하는 구조 속에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상가들은 공실로 방치되고 있다. 관광객은 단순히 비어있는 공실을 넘어 도시의 폐허화를 먼저 기억하고 발길을 돌린다.
더욱이 과거 1990년대 대학 연수원과 기업 휴양소 등 한때 해안가 노른자위 땅을 차지했던 대형 유휴 자산들은 시대 변화로 인해 불이 꺼진 채 방치되어 있다. 사학법인 자산 처분 제한 규정과 행정의 무관심 속에 묶여 있는 이 좀비 부동산들과,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및 PF 경색으로 공사가 중단된 채 펜스만 쳐진 나대지들은 양양의 도시 경관을 좀먹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가장 근본적이고 두려운 신호는 상주인구의 감소다. 부동산 광풍으로 지가와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정작 양양을 힙하게 만들었던 로컬 크리에이터, 청년 서퍼, 그리고 원주민들이 밖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했다. 주민이 살지 못하는 도시는 병원, 학교, 상점 등 필수 생활 서비스 인프라가 먼저 붕괴된다. 철새 같은 한철 관광객만으로 도시를 유지할 수는 없다. 지속 가능한 관광도시는 결국 관광객과 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정주 여건 위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주민이 행복하지 않은 도시에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찾아올 리 만무하다.
지금 양양에 필요한 것은 더 높은 용적률도, 더 많은 건축 허가증도 아니다. 관광객 수라는 허상에 집착하는 단기 보여주기식 정책을 폐기하고, 체류 시간, 객단가, 재방문율을 중심으로 도시를 정밀하게 관리하는 관광도시 경영 전략으로의 180도 체질 개선이다.
우선 생활숙박시설을 비롯한 분양형 부동산의 신규 인허가를 과감히 동결해야 한다. 펜스만 쳐진 채 방치된 공사 중단 부지에는 강력한 공실세나 방치 부지 할증세를 부과해 자본의 알박기를 차단하고, 필요하다면 토지비축제도를 통해 공공이 선매입해야 한다. 아울러 핵심 요충지에 방치된 대학 연수원 등 유휴 자산을 지자체가 주도하여 사계절 웰니스 워케이션 허브나 청년 자립 및 세대공감 빌리지 호텔 같은 공공 거점 앵커 시설로 강제 전환하는 민관협력 공간 재생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건물을 더 짓는다고 도시가 살아나지 않는다. 양양의 미래를 결정할 것은 얼마나 많은 콘크리트 건물을 올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으며, 궁극적으로 정착하고 싶은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거품이 걷히고 난 뒤 폐허만 남은 유령 도시로 전락할 것인가, 사계절 품격 있는 명품 웰니스 도시로 롱런할 것인가. 양양에게 허락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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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군, 양양옇ㅇ, 도시공동화, 관광도시, 지방소멸, 젠트리퍼케이션, 국내여행 관련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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