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람이 몰릴수록 품격이 떨어지는 동해안"... 오버투어리즘의 허상과 바다의 공간 재설계

백사장을 잠식한 파라솔과 불투명한 요금 체계... "관광객이 호구인가" 묻는 동해 바다의 자화상

양승용 | 기사입력 2026/08/12 [07:01]

[기고] "사람이 몰릴수록 품격이 떨어지는 동해안"... 오버투어리즘의 허상과 바다의 공간 재설계

백사장을 잠식한 파라솔과 불투명한 요금 체계... "관광객이 호구인가" 묻는 동해 바다의 자화상

양승용 | 입력 : 2026/08/12 [07:01]

[이트레블뉴스=양승용, 부천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공간의 사유화 문제, 동해안 해변의 위기는 단순한 오버투어리즘이 아니라, 공공재여야 할 백사장이 특정 상업시설에 무차별적으로 독점·사유화된 '공간의 사유화'에서 기인한다. 엄격한 구획 정리 필요, 상업적 기능이 공공경관을 무단 점거하는 난개발 방식을 타파하기 위해, '공공경관구역'과 '편의 및 상업서비스구역'을 철저히 분리하는 공간의 대수술이 시급하다.

 

신뢰 회복과 체류형 전환, 상인의 생존권을 핑계로 바가지요금을 방치하는 구조를 끊어내고, 가격 투명성 공시 및 행정 인프라 강화와 함께 로컬 미식·문화 콘텐츠를 엮은 '체류형 관광 생태계'로 체질을 전환해야 한다.

 

▲ 양승용, 부천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1. ‘오버투어리즘’이라는 핑계 뒤에 숨지 마라, 진짜 문제는 ‘공간의 사유화’다.

여름 성수기 시즌마다 동해 해변은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관광객들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기감은 오히려 최고조에 달해 있다. 흔히 지자체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 난맥상을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탓으로 돌리곤 한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교묘히 흐리는 무책임한 진단에 가깝다.

 

진짜 문제는 단순히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공공의 자산이어야 할 백사장이 특정 상업 시설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독점되고 사유화되면서 경관의 공공성이 완전히 붕괴했다는 점에 있다. 모래사장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시야를 가로막는 파라솔 무더기와 자릿수부터 따져 묻는 매표 구조는 방문객들에게 불편함을 넘어 불쾌한 기억을 각인시킨다. 관광은 시각적·공간적 경험을 소비하는 행위다. 첫인상부터 불합리한 착취를 당한다는 느낌을 받는 도시에 소비자가 다시 발걸음을 할 리 만만치 않다.

 

2. ‘비움’은 감성이 아니라, 무너진 공간 질서를 바로잡는 칼질이다.

“비워야 바다가 보인다”는 주장은 한가한 자연주의적 수사나 감성 팔이가 아니다. 공공공간과 상업공간의 경계가 무너진 주객전도 현상을 바로잡으라는 엄중한 경고장이다. 물론 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에게 그늘막이나 탈의실, 샤워장 같은 필수 편의시설은 반드시 제공되어야 한다. 상인들 역시 이 계절이 소중한 생계의 터전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업적 기능이 공공의 경관 전체를 무단 점거하는 지금의 난개발 방식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해변은 명확한 기준에 따라 구획되어야 마땅하다.  

 

공공경관구역, 상업시설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누구나 방해받지 않고 탁 트인 수평선을 조망하고 걸을 수 있는 온전한 공공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 편의 및 상업서비스구역: 샤워, 탈의, 그리고 유료 파라솔 서비스 등은 철저히 정해진 한정된 구역 안에서만 허용하고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공간의 무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비움’이다.

 

3. 상인의 ‘생존’을 핑계로 ‘바가지 구조’를 묵인해선 안 된다.

관광객들이 폭등한 물가와 불투명한 요금 체계에 분통을 터뜨릴 때, 상인들은 “성수기 한 철 장사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치솟는 고정비 압박과 계절성 비즈니스가 가진 구조적 한계는 냉정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불합리한 가격 구조와 뻔히 보이는 바가지요금이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상인의 생존권이 소중하다면, 관광객의 지갑을 쥐어짜는 단기 치기 어린 약탈적 영업 방식 역시 스스로 내려놓아야 한다. 구조적 모순을 방패 삼아 부당한 요금을 묵인하는 순간, 그 상권의 생명력은 스스로 종지부를 찍는 것과 다름없다.

 

4. 행정은 계몽하지 말고, ‘가격 신뢰’와 ‘인프라’를 강제하라.

지자체가 민간의 개별 가격을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신 행정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영역은 단순한 ‘가격 통제’가 아니라 철저한 ‘가격 투명성과 신뢰 확보’다.

 

성수기 주요 서비스 요금 사전 공시제 도입, 부당 추가 요금 적발 시 퇴출 등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관광객이 두려워하는 것은 비싼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또 얼마나 뜯길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불신이다. 신뢰를 잃은 관광 도시는 단 한 번의 방문으로 소비자와 영원히 이별하게 된다.

 

또한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식의 공허한 시민의식 타령도 이제는 거둬들여야 한다. 수만 명의 인파가 집중되는 공간에는 명확하고 체계적인 수거 시스템과 상시 관리 인력이라는 물리적 행정 인프라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도시의 품격이 유지된다.

 

5. 해변은 비우고, 지역의 진짜 매력은 ‘체류형 콘텐츠’로 채워라.

바다만 멍하니 바라보고 2~3시간 만에 발을 돌리는 단발성 관광 구조로는 지역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백사장을 빽빽한 파라솔로 채우는 낡은 개발 방식을 과감히 버려야 할 때다. 대신 해송 숲 산책로, 차별화된 로컬 미식, 워케이션 인프라, 인근 문화·예술 공간을 유기적으로 엮어내야 한다. 관광객이 바다를 보고 곧바로 차를 타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 더 머물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체류형 관광 생태계로 체질을 완전히 전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동해 바다가 되찾아야 할 것은 어설픈 위로의 말이 아니라, 엄격하고 건강한 공간의 룰이다. 상인들의 눈물만 강요해서도, 관광객의 호주머니만 노리는 약탈적 상권을 방치해서도 미래는 없다. 공공성과 상업성, 철저한 관리와 자율성이 제자리를 찾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관광이 완성된다. 더 이상 낡은 방식으로 바다를 가리지 마라. 비워야 할 것은 바다가 아니라, 관광을 대하는 동해의 낡은 머릿속이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신흥로56번길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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