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잘쏘는 나라의 혼과 맥을잇는 파주 궁시장 영집 유영기

각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부터 시대별로 다양한 화살까지

이성훈 | 기사입력 2014/02/24 [08:18]

활 잘쏘는 나라의 혼과 맥을잇는 파주 궁시장 영집 유영기

각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부터 시대별로 다양한 화살까지

이성훈 | 입력 : 2014/02/24 [08:18]
영집 궁시박물관은 고유의 전통문화를 묵묵히 지키는 곳이다. 중요무형문화재 47호 궁시장 영집 유영기 선생이 평생 연구․수집한 우리나라의 전통 활과 화살, 해외의 활과 화살을 전시한 공간이다. 1층 전시관에는 우리나라 전통 활과 화살의 역사가 함축되었다.

▲ 영집 궁시박물관의 전경   

물소 뿔과 쇠심줄, 대나무와 뽕나무, 민어의 부레(부레풀 재료) 등 각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부터 시대별로 다양한 화살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적이 다시 사용하지 못하게 한 편전(아기살), 임금의 명령을 전달할 때 쓰던 신전, 소리 나는 명적, 고구려를 대표하는 육량시, 태조 이성계가 주로 사용했다는 명중률 높은 유엽전 등 화살에 숨은 이야기도 재미있다.

▲ 경기파주_영집 궁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아기살이라 불리는 편전    

우리나라의 활과 화살은 단순히 무기가 아니었다. 활쏘기는 임금이 갖춰야 할 덕목이었고, 선비들은 활쏘기를 통해 호연지기를 기르고 한데 어울려 실력을 겨루며 풍류를 즐겼다. 요즘으로 치면 활쏘기는 당시대의 스포츠였다.

▲ 영집 궁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임금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신전  

특히 우리나라의 각궁은 탄력이 좋아 멀리 나가고, 파괴력이 좋아 단연 세계 최고다. 각궁은 대나무와 구지뽕나무, 물소 뿔과 쇠심줄이 어우러진 복합궁으로, 서양의 활과 비교되지 않는다. 서양식 활은 나무에 활시위를 달아 반달 형태가 되도록 잡아당겨 쏘는 방식이지만, 각궁은 물소 뿔과 쇠심줄을 붙여 둥글게 말린 나무를 180° 뒤집고, 다시 활시위를 걸어 쏘는 식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멀리 나간다.

▲ 영집 궁시박물관의 유영기 궁시장이 숯불로 구운 살대를 살피고 있다 

팔순에 가까운 궁시장 유영기 선생의 얼굴에는 굴곡진 삶의 흔적이 역력하다. 선생의 고향은 파주와 가까운 북한 땅 장단면이다. 예부터 예천은 활, 장단은 화살이라 할 정도로 장단은 화살로 유명한 고장이었다.

▲ 영집 궁시박물관의 유영기 궁시장이 졸대를 이용해 살대가 곧은지 여부를 확인하는 졸을 보고 있다   

당시 활과 화살을 만드는 장인들은 격이 높았고, 유영기 선생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집문서를 두고 살 만드는 도구와 부레풀만 챙겨 피란할 정도로 장인 정신이 투철했다. 활과 화살 한 벌을 팔면 쌀 한 가마니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전수하는 제자가 많고, 멀리 신의주에서 화살을 구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 영집 궁시박물관의 유영기 궁시장이 살대를 분류하기 위해 저울에 살대 무게를 재고 있다  

유영기 선생은 아버지 어깨너머로 자연스럽게 화살 만드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양궁이 보급되고, 카본 화살이 등장하면서 시련이 닥치기 시작했다. 화살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130번이나 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칠 뿐만 아니라, 화살의 재료인 대나무와 꿩의 깃털을 구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 영집 궁시박물관의 유영기 궁시장이 꿩 깃털을 이용해 화살깃을 다듬고 있다  

화살대 10만 개를 구해도 화살은 5000개 남짓 만드는 게 고작이고, 꿩 한 마리에 깃털이 10개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더구나 화살은 하루에 3개쯤 만들 수 있어, 기계에서 무수히 찍어내는 카본 화살의 공세를 당해낼 수 없었다.

▲ 영집 궁시박물관의 유세현 관장이 완성된 화살을 들어보이고 있다     

활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고 다양한 과정을 거친다.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나무의 물이 빠지고 가장 단단해지는 겨울이 되면 전국을 돌며 대나무를 구하는데, 해풍을 맞으며 2년 정도 자란 대나무가 가장 좋다. 대나무는 약 한 달간 건조 과정을 거쳐 숯불에 갈색으로 구운 뒤, 저울로 무게를 달아 분류한다. 이는 사수의 신체 조건에 맞는 화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 영집 궁시박물관의 활 만들기 체험, 자신의 활에 이름을 쓰고있는 어린이    

숯불을 피운 대잡이통에 살대를 넣고 구울 때는 졸대로 화살을 곧게 펴는 교정 작업을 한다. 이를 졸을 본다고 한다. 살대가 마련되면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대나무의 마디를 갈아 없애고, 살대의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다. 활시위가 걸리는 오늬와 촉을 끼우기 위해 살대의 끝을 깎는 작업부터 오늬를 끼우고, 깃을 달고, 촉을 만들어 끼운 뒤 다시 졸을 보면 비로소 화살 한 개가 만들어진다.

▲ 영집 궁시박물관의 활 쏘기 체험   

영집 궁시박물관에서는 활 만들기와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다. 활 만들기는 전통 방법 그대로 하는 알짜배기 체험으로 추천할 만하다. 만든 활과 화살 한 개는 가져갈 수 있으며, 체험 비용은 2만원이다. 활쏘기는 바른 자세를 숙지하고 직접 활을 쏘아보는 체험이다. 자세에 따라 화살이 날아가는 모습이 제각각이다.

▲ 한립토이뮤지엄의 흑백 교복입은 아톰 한정판  

헤이리 예술마을은 박물관과 미술관, 갤러리 카페와 체험 시설이 많아 가족이나 연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가족과 함께 가볼 만한 곳으로는 한립토이뮤지엄, 연인과 함께라면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을 추천한다. 한립토이뮤지엄은 40년 가까이 완구회사를 운영하면서 각국에서 수집한 장난감을 전시한 완구 박물관이다.

▲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한립토이뮤지엄의 한립체험관  

한정판 교복 입은 흑백 아톰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뽀로로까지 어른들에게는 향수와 동심을 자극하고,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장난감의 세계를 선사한다. 지하 1층에는 경찰서, 소방서, 방송국 등 18개 체험 시설로 꾸며진 스토리 랜드가 있다. 아이들이 직업의 세계로 들어가 미래의 이야기를 맘껏 풀어낸다.

▲ 한립토이뮤지엄의 전시관 전경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은 옹기박물관과 현대도자미술관으로 구성된다. 옹기박물관은 규모는 작지만, 각 지역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옹기들이 지역별로 전시되어있다. 소주를 내리는 소줏고리, 제주의 물허벅, 300년 전 청자 기법으로 제작된 강진옹기 등 다양하고 독특한 옹기를 만나볼 수 있다.
 
▲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의 현대도자미술관의 건물  

현대도자미술관은 근현대 도화 작품을 전시한 공간으로, 조선 순종의 어진을 그린 김은호 선생과 피카소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현대도자미술관 건물은 모 제약 회사의 CF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최근 SBS-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촬영된 갤러리 카페 아다마스253도 들러볼 만하다.

▲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인 아마다스 253 내부   

영집 궁시박물관 인근에는 모산목장이 있다. 송아지 우유 주기, 여물 주기, 젖짜기, 아이스크림과 치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피자 만들기 체험을 곁들이면 가볍게 한 끼 식사도 가능하다.

▲ 모산목장에서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 당일여행 : 모산목장 체험→영집 궁시박물관→헤이리 예술마을(한립토이뮤지엄,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

○ 1박 2일 여행
첫날 : 모산목장 체험→영집 궁시박물관→헤이리 예술마을(한립토이뮤지엄,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
둘째날 : 오두산통일전망대→반구정→임진각 평화누리→자운서원→벽초지문화수목원→파주삼릉

○ 관련 웹사이트 
 - 파주시 문화관광
http://tour.paju.go.kr
 - 영집 궁시박물관 www.arrow.or.kr
 - 헤이리 예술마을
www.heyri.net
 - 한립토이뮤지엄 www.hanliptoymuseum.co.kr
 -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 www.heyrimuseum.com
 - 모산목장 www.mosanfarm.com

○ 문의 
 - 파주시청 문화팀 031-940-4354
 - 영집 궁시박물관 031-944-6800
 - 헤이리 예술마을 070-7704-1665
 - 한립토이뮤지엄 031-957-8470
 - 한향림 세라믹 뮤지엄 070-4161-7271
 - 모산목장 031-946-8026

○ 잠자리
 - 파주칼튼호텔 : 탄현면 성동로, 031-942-3955,
www.carltonhotel.co.kr (굿스테이)
 - 마당안숲 :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031-8071-0127,
www.forestgarden.kr
 - 게스트하우스 모리 :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031-944-0760, http://heyrimori.com
 - 모티프원 :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031-949-0901, http://motif.fortour.kr
 -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 파주시 회동길, 031-949-0901, www.pajubookcity.org/jijihyang
 - 알베로산토 : 탄현면 새오리로, 031-947-5558, http://alberosantto.com

○ 먹거리
 - 프로방스 레스토랑 : 스파게티, 탄현면 새오리로, 031-945-0230,
www.provence.co.kr
 - 옛날시골밥상 : 시골밥상, 탄현면 새오리로, 031-945-5957
 - 오두산막국수 : 막국수, 파주시 평화로, 031-944-7022,
www.odusan.co.kr
 - 복드림한우 : 한우, 탄현면 새오리로, 031-944-8060,
www.bokdream.kr
 - 카페 아다마스253 : 파스타,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47, 031-949-1296, www.adamas253.com
 - 헤이리묵요리전문점 : 묵정식, 탄현면 새오리로, 031-946-9920
 - 춘천정통닭갈비 : 닭갈비, 파주시 교하로, 031-946-2220

○ 주변 볼거리 : 파주출판단지, 파주프리미엄아울렛, 파주삼릉,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보광사, 벽초지문화수목원,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화석정, 반구정, 심학산 둘레길 / 한국관광공사_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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